<삼학송> 노심초사 했던 1년 3개월(한성대신문, 524호)

    • 입력 2017-06-05 00:00

퇴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작년 3월에 편집국장이 되고나서 무려 1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편집국장 책상에 앉아서 그간 만든 신문을 펼쳐보고 있으면, ‘참 힘든 일이 많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외부 취재원 섭외가 안돼서 가슴 졸이던 경우도 있었고, 원고 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밤을 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학내 취재를 위해 정보를 찾는 것이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학교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학사구조개편과 1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 재정지원제한 해제 발표 그리고 올해 있었던 트랙제도 도입 등 학교의 모습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굵직한 일들이 한 해에 두세 번씩 일어났다. 그리고 그때마다 신문사는 취재에 애를 먹었다. 편집장으로서 기자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떤 때는 상황 파악이 너무 늦어서 마감 직전에 취재를 하는 등 기자들을 고생시키기도 했다.
학교 홈페이지 등 대학본부에서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곳에는 이런 사건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특히 학교 운영과 관련해 대학본부 내에서 논의되는 사항들은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이면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변 교수들에게 정황을 듣거나, 교내에 붙은 대자보를 샅샅이 뒤져야한다.
생각해보면 정보를 아예 놓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들도 있었다. 특히 학사구조개편에 대한 소식은 수업시간에 잠깐 나왔던 교수의 발언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다. 상황을 파악해보니 일은 한참 진척돼있었고,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까지 열리고 있었다. 당시에는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한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정보를 모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조마조마한 일이었다.
물론 이면에 깔려있는 정보를 모으고 취재하는 것은 기자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학사구조개편안 발의 등의 중대사는 일반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돼야하는 것이다. 기자들은 신문을 통해 필요한 정보들이 학생들에게 제때 나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항상 노심초사했다. 과연 기자들이 찾아낸 정보에 일반 학생들도 접근할 수 있을까? 지난 13개월 동안 우리대학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면, 그에 대한 대답은 매우 부정적이다.
이런 기자들의 걱정에 학교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아직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것을 밖에 내놓으면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말은 옳다. 의견을 내는 사람이 많아지면 분명 잡음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불만도 없이 운영되는 학교가 과연 정상적인 학교일까? 오히려 그들이 말하는 잡음이 낀 상태야말로 학교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일 것이다.
앞으로도 학교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 답답한 상황은 쭉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기자들의 걱정도 계속될 것이다. 기약 없는 노심초사를 그대로 인수인계하는 것은 아닌지. 퇴임이 마냥 상쾌하지만은 않다.

박종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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