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논란이 일었다.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 박찬주 대장과 그의 부인 전성숙 씨가 공관병에게 ‘갑질’한 사실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조리병, 운전병 등은 익히 들어봤어도 ‘공관병’은 생소할 수 있다. 공관병이란, 연대장 이상 지휘관이 거주하는 주택을 관리하는 병사다.
공관병은 모시는 상관의 인품에 따라 군생활이 결정된다. 공·사 구분 뚜렷하고 장병의 처우를 고려하는 상관 밑에 있으면 기본적인 행정업무만 맡게 되지만, 권위적인 상관을 만나게 되면 현대판 노비가 되고 만다. 이번에 논란이 된 공관병 갑질 사건이 바로 후자의 경우다.
박찬주 대장 내외는 공관병에게 관사 관리, 박 대장 보좌 뿐 아니라 빨래, 다림질, 텃밭 가꾸기, 옷 관리, 화장실 청소 등 사적 업무까지 지시했고 심지어는 박 대장 가족의 성경책 비치까지 시키는 등 노예 부리듯 공관병을 다뤘다. 특히 부인 전성숙 씨는 소파에 떨어져있는 쓰레기 줍기 같은 사소한 것도 일일이 공관병에게 지시하는 것도 모자라 “청소가 제대로 된 곳이 하나도 없지 않느냐”, “너는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등 공관병에게 폭언을 했다. 심지어는 기분에 따라 과일 등을 공관병에게 집어던지거나 칼을 휘두르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공관병들은 이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공관에 전화가 없어 외부와 소통할 수도, 신고할 수도 없었다. 심지어 2015년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이 ‘관용차로 아들 홍대 클럽 데려다주기’와 같이 운전병을 사적으로 운용한 갑질 사건이 인터넷 제보로 폭로된 이후, 공관 근무 인원은 사이버지식정보방 인터넷 사용도 금지됐다. 외부로 제보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다.
사실 군대 부조리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7월 19일, 육군 제22사단에서는 선임병으로부터 구타, 가혹 행위를 당해온 故 고필주 일병이 국군수도병원 외진 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 일병은 지난 4월에 부대로 전입 온 이후 지속적으로 선임병의 폭언, 욕설, 폭행에 시달렸다. 이러한 사실은 고 일병의 수첩에 기록되어 있었다. 참다 못한 고 일병은 지난 7월 14일, 부소대장과의 면담을 통해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부대가 취한 조치는 고 일병을 ‘배려병사’로 지정하고 GOP 투입에서 배제한 것뿐이다. 부대는 5일이 지나도록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았다. 가혹행위가 벌어지는 현장에 피해자를 방치한 것이다. 사망 당시에는 인솔 간부조차 없었다. 한편, 22사단은 2014년 GOP 총기난사사건, 지난 1월에도 얼굴에 구타흔을 가진 일병이 휴가 복귀 직후 자살하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지난 5월 13일, 김포공항경찰대에서 근무하던 의경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故 박현수 일경은 입대 후 시작된 우울증으로 인해 경찰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부대는 박 일경의 상태에 무관심했다. 당시 정신과 진료 기록을 보면 ‘병가 시행 이후에 선임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뒤에서 비난하는 것을 동기들을 통해서 듣는다’ 등의 내용이 있으나 부대 간부들은 사고 발생 당시까지 이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부대에서 박 일경이 우울증 약을 복용하지 못하게끔 압박한 정황도 확인됐다. 부검 결과에 따르면 박 일경의 시신에는 사건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외력에 의한 멍이 있었다. 이에 유족들은 박 일경이 생전에 구타를 당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9일에는 육군 22사단에서 구타·가혹행위에 시달리던 고 일병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육군은 사건 은폐·축소 의혹으로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다. 경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음에도 국가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이러한 군대내 부조리 문화를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