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보알못'을 위한 보드게임 설명서 (한성대신문, 527호)

    • 입력 2017-10-16 00:00
 
 보드게임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부루마블, 오목, 윷놀이 정도만 떠오른다면 당신은 보드게임의 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사실 보드게임은 펜 앤 페이퍼 (Pen&Paper)’ 게임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종이와 필기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학창시 절에 짝과 선생님 몰래 하던 오목도 보드 게임 아니냐는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로 당신이 이 기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당신 역시 보알못(보드게임 알지도 못하는 사람)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가위바위보로 알아보는 보드게임 레시피
 한국IT직업전문학교 게임학과 교수인 전홍식(SF&판타지 도서관) 관장은 보드 게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 수가 훨씬 많다. 정확한 수를 집계할 수는 없지만, 대략 1만 개의 보드게임이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무슨 수로 이 많은 보드게임을 만들어냈을까? 사실 그건 별로 어렵지 않다. 보드게임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만큼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 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보드게임을 만들 때는 단 두 가지만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바로 게임의 규칙과 목표 혹은 주제다. 이것만 기억하고 있다면 누구나 보드게임을 충분 히 만들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가지고 보드게임을 만들어 낸다는 게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 면 가위바위보를 한 번 떠올려보자. 바위가 가위를, 가위가 보자기를, 보자기가 바위를 이긴다는 것이 게임 규칙의 전부다. 이 가위바위보 게임에 하나의 규칙을 더 해보자. 양손에 각각 다른 모양을 내고, 두 가지 중 게임에서 유리할 것 같은 모양을 사용해 승패를 겨루는 것이다. 벌써 또 다른 게임이 만들어졌다.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자. 두 사람이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겨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둘 중 이긴 사람 에게 공격권을 부여한다. 공격권을 가진 사람이 공격을 할 때, 공격하는 사람과 같 은 모양을 내면 지는 것이고, 다른 모양을 내면 이기는 것이다.
 이처럼 가위바위보하나를 활용해 두 가지 게임을 더 만들었다. 기존 게임에서 몇 가지 규칙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을 활용하면 보드게임을 만드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보드게임 선택의 정석 4가지
 이쯤되면 ‘1만 개에 달하는 보드게임 중 어떤 게임을 해야 재미를 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걱정할 것 없다. 보드게임을 고르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알아볼 4가지 방법을 숙지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선택이 실패할 가능성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
 첫 번째로 알아야할 것은 내가 협동을 좋아하는지 경쟁을 좋아하는지다. 보드게임은 크게 협력과 경쟁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에 이 중 하나만 골라도 선택의 폭을 크게 좁힐 수 있다. 두 번째는 규칙이 단순한지 복잡한지 살펴보는 것이다. 사실 보드게임 중에는 당신이 알던 부루마블과는 다르게 규칙이 너무 복잡해서 시도해 볼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있다. 만약 이 점을 간과하고 보드게임을 무턱대고 샀다가는 창고에 넣어뒀다가 조카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할 수도 있다. 세 번째는 운의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다. 보드게임은 바둑처럼 실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히 운에 의해서 게임의 판도가 변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평소 운이 따르지 않거나, 실력으로 남을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운이 크게 작용하는 게임은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진행할 인원이 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위의 내용을 숙지해서 게임을 골랐다고 해도, 막상 인원이 모자라거나 넘쳐서 게임 진행을 아예 할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보드게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을 하는 마음가짐이다. 이에 전 관장은 “본래 보드게임이란 것은 모두가 즐기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기자가 전하는 보드게임 추천서
 이제 보드게임에 대해 어느정도 감을 잡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보드게임을 즐겨보자. 기자가 직접 어렵지 않으면서 남들과 재밌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 4가지를 준비해봤다. 권장연령과 인원에 유의하여 설명을 읽고 마음에 드는 보드게임을 골라보자. 장담컨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것이다.

부루마블의 조상, 모노폴리
 ‘모노폴리’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많은 땅을 구매해 건물을 세우고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여기서 신경 써야할 것은 독점 시스템이다. 같은 색 땅을 한 사람이 독점하면 이용료가 2배로 오른다. 나를 제외한 다른 참가자를 모두 파산시키면 승리한다.
권장 연령 : 8세 이상
                                                           권장 인원 : 2인 이상
RPG 게임이 테이블 위로! ‘먼치킨 시리즈’
‘먼치킨’은 RPG 게임을 테이블로 옮겨온 TRPG(Table Role Playing Game) 게임이다. 별도의 게임판이 없이 카드로만 진행된다. RPG와 유사하게 캐릭터 카드, 종족 카드, 보물 카드, 몬스터 카드가 있다. 이를 통해 레벨 10을 먼저 달성하는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권장 연령 : 10세 이상
                                                           권장 인원 : 2~8인
너 배신자지? ‘뱅’
 ‘뱅’은 미국의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다. 승리 조건도 명확하다. 보안관과 부관은 배신자와 무법자를 죽여야 하고, 무법자는 보안관만 죽이면 된다. 배신자는 부관과 무법자를 모두 죽이고 보안관과 1:1 대치 상황이 되면 승리한다.
권장 연령 : 8세 이상
권장 인원 : 2~7인
이 땅은 내꺼야! ‘리스크’
 ‘리스크’는 전쟁을 주제로 한 게임이다. 이 게임의 승리조건은 상대방과의 전투에서 승리하고, 많은 땅을 소유하는 것이다. 한 턴에 모든 상황을 진행하므로, 상대방과의 협력·배신이 아주 중요하다. 다른 게임에 비해서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권장 연령 : 12세 이상
권장 인원 : 2~6인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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