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성대신문사 전격 해부★ 실체 공개해보니‥ ‘충격’ (한성대신문, 530호)

    • 입력 2018-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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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1-10 10:27
우리에겐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포도당과 카페인, 알코올이 있고, 피자와 치킨이 있다. 무엇보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 동기들이 있다. 비록, 꽁냥꽁냥 사내로맨스는 없을 지라도 의리로 똘똘 뭉친 전우를 얻어갈 수는 있다.
전면 빽을 받고 영혼이 증발한 학보사 기자의 모습. 왼쪽 귀퉁이에서 익숙한 신문덩이와 라꾸라꾸 간이침대가 눈에 띈다. (출처 : JTBC)

“학보사? 그게 뭔데?” 학보사 기자로 지내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학보사 업무를 본업으로, 학업을 부업으로 삼고 마감 주에는 어김없이 밤을 새워가며 영혼을 갈아 넣어 신문을 만들고 있지만, 정작 학보사가 어떤 곳인지 모르는 학생들이 아직 많다. “학보사가 뭐냐”, “동아리나 소모임, 그것도 아니면 스터디냐”는 질문에 “응, 학보사는~”하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 그래서 준비했다. 학보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당신을 위해 지금부터 우리학교 학보사 ‘한성대신문사’를 탈탈 털어본다.

학보사가 뭐길래

먼저, ‘학보사가 어떤 곳인지부터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국어사전에서는 학보사를 주로 대학에서, 학보를 발행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학교신문을 만드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학보사 기자가 하는 일도 뻔하지 않은가. 당연히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이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신문 역시 당신의 손에 쥐여지기까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신문이 당신의 손에 쥐여지기까지

첫 관문은 아이템 전쟁이다. 신문에서 기사의 소재를 아이템이라 부르는데, 아이템 회의는 그야말로 생존전쟁이다. 이때 기자들은 쉽고 재밌는 꿀템은 자신이 가져가고, 그렇지 않은 것은 남에게 떠넘기려 혈안이 된다. 만약 개인사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회의에 불참한 기자가 있다면, 그 기자는 아이템 헬파티가 열린다. 비유하자면, 수강신청을 까먹어서 모두가 피하는 쩌리강의들만 줍줍하는 것과 같다.

첫 관문을 무난하게 통과했다 치자.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아이템을 정했으면 그에 걸맞은 취재원을 찾아서 연락하고 인터뷰를 요청해야 한다. 이 과정을 ‘컨택(Contact)’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여기서 두 번째 위기를 맞는다. 취재원과 연락이 닿지 않거나, 인터뷰를 거부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학내에서 민감한 사안을 다룰 경우 더욱 그렇다. 기사 마감 날짜는 다가오지, 취재원은 연락두절이지, 기자는 똥줄이 타기 시작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마감 직전에 해당 아이템을 ‘부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기도 한다.
컨택에 성공해서 취재를 무사히 마쳤다면 반은 끝냈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진짜’다. 내가 쓴 초고가 편집국장의 손에서 ‘기사 첨삭’이라는 명분 아래 갈기갈기 찢기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론 찢기는 건 멘탈도 함께다. 그나마 빨간 줄만 그어져 있다면 그 부분만 고치면 되지만 더 볼 것도 없이 그냥 폐기처분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전면 빽(Back)’이라고 부른다. 전면 빽을 받은 기자에게 답은 ‘밤샘’이다.

그래도 괜찮은 학보사

하지만 우리에겐 마르지 않는 샘과 같은 포도당과 카페인, 알코올이 있고, 피자와 치킨이 있다. 무엇보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가족보다 더 가족같은동기들이 있다. 비록, 꽁냥꽁냥 사내로맨스는 없을 지라도 의리로 똘똘 뭉친 전우를 얻어갈 수는 있다.

학보사 기자 생활이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이다. 계좌에 찍히는 급여, 이력서에 적을 한 줄의 스펙처럼 물리적인 이득이 전부라면 진작 퇴사했을지도 모르겠다. 정작 기자들을 굴리는 궁극적인 원동력은 따로 있다. 자신이 써낸 기사로 조직을, 나아가 학교를 변화시키겠다는 기자로서의 사명감, 그것이 우리가 학보를 놓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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