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에서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가 총학생회라는 것은 18학번 새내기도 알만큼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단어의 순서를 살짝 바꿔서 ‘지금 총학생회가 학생들을 대표한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았을 때 발생한다. 과연 우리학교 학생 중 몇 명이나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것인가? 고개를 가로젓지는 않더라도 갸웃거릴 학생들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이다.
현재로서 일반학생 사회와 학생회가 서로 온도차를 보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로 보인다. 특히 이번 대학본부의 장학금 제도 개편에 있어서 흥분일색인 일반학생의 반응과 다르게 총학생회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못해 밍밍하기까지 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아마 둘이 서로 다른 대학에 다닌다고 여기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사실 학내사안에 대해 학생과 학생회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작년 총학생회도 트랙제도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기이할 정도의 침묵을 고수하지 않았는가. 그 때문에 도리어 학생회가 아니라 학생 동아리가 항의에 나설 정도였으니, 그 당시 총학생회와 일반학생의 분위기가 얼마나 판이했는지는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물론, 총학생회는 이미 대학본부의 사정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므로 이를 전혀 알 도리가 없는 일반학생과는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들은 ‘학생의 대표’로서 대학본부로부터 많은 설명을 듣게 되므로, 일반 학생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이, 문제의 본질까지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많이 아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것을 본인들만 알고 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거시적으로, 어떤 개편을 추진해야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총학생회는 대표로서 학생들을 납득시킬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정보의 빈부격차 속에서 총학생회가 이런 책임을 외면할 때, 학생들의 ‘스피커’가 되어줄 것이라 믿었던 총학생회는 ‘벽’이 되어버리고, 선거 당시 이들을 믿고 던졌던 학생들의 한 표는 단번에 무책임한 의사위임장으로 전락한다. 일반학생들의 목소리가 총학생회가 지닌 ‘대표성’이라는 미명 아래 파묻혀버리는 것이다.
총학생회도 분명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자체적으로 추진한 소통 자리에 학생들의 참여가 매우 저조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간담회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찬성’ 표를 던진 2,258명의 학우들이 있음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반드시 간담회에 참여한 학생만이 총학생회에 의견을 제시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같은 ‘학생’이지만, 그렇다고 ‘학생’ 같지는 않은, 이젠 ‘가깝지만 너무 먼 당신’이 되어버린 총학생회. 이들이 끊임없는 노력으로 학생과의 거리를 십분 줄일 수 있도록 그 앞날에 건투를 빌어본다.
이주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