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예술대학과 공과대학의 보궐선거를 끝으로 공개기구 구성이 일단락됐다. 지금까지 여러 공개기구의 출범을 지켜본 입장에서, 이번 년도에 공개기구가 내세운 공약들은 예년에 세워진 공약을 ‘복붙’한 느낌이 강했다. 혹시나 공개기구 대표들이 ‘단선은 곧 당선’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별다른 고민없이 전 대의 공약만을 답습하며,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과거 우리학교에는 총여학생회, 야간 총학생회 등 여러 공개기구가 있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지만, 이들이 총학생회에 통합된 지금, 온전히 학생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총학생회뿐이다. 실례로 과거 야간 총학생회가 내세운 공약 중에는 ▲야간 점등시간 조정 ▲야간 학생들을 위한 게릴라 야식 배부 ▲각종 시설 운영시간 연장 ▲가로등 추가 설치 및 전등밝기 개선 등 야간 학생의 실질적인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들이 많았다. 이처럼 적재적소에 필요한 공약을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 꾸려진 공개기구들은 기존 사업을 유지한다는 식의 발전 없는 공약만 내세우고 있다.
공개기구가 계속해서 비슷한 공약들만 제시한다면, 필연적으로 ‘학생 대표’의 역할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저 전 대를 답 습하는 것뿐이라면 이렇다 할 공약이나 기조도 없이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지 않으니, 대학본부에 학생들의 요구를 전달할 일도 없고, ‘학생 대표’라는 그럴듯한 명패를 걸치고 있으면서도, MT나 체전 같은 연례 행사만 진행하는 ‘학생사무소’ 수준의 역할만 수행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무작정 학생회만의 잘못이라고 몰아갈 수는 없다. 학생 자치 실현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뜻을 모아 대변하는 학생 회의 힘은 학생에 의해 부여된 권력으로부터 발휘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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