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준비가 안 된 사람들 (한성대신문, 534호)

    • 입력 2018-05-14 00:00

 지난 4월 27일, 한 편의 낭보가 알려졌다. 이날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전쟁의 종전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약 70년간 이어진 전쟁이 마침내 끝을 보이려 하는 것이다. 이는 매우 고대했던 상황이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따른 대중 의 반응을 보면 아직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된 것처럼 느껴진다. 바로 SNS에 게재된 김 위원장에 대한 일련 의 글 때문이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SNS상에서 ‘김 위원장 귀엽다, 호감이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정말 김 위원장은 ‘귀엽다, 호감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일까?
 김 위원장이 취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행위는 ‘숙청’이다. 그는 자신의 권세를 다지고, 이를 굳히기 위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때부터 함께했던 리영호 총참모장부 터 자신의 고모부인 장성택, 친형인 김정남 까지 숙청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더해 그들 의 최측근들까지 김 위원장에게 죽임을 당했다. 심지어는 김 위원장이 연설할 때 졸았 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을 당한 사람도 있다. 단순히 구금, 체포, 추방, 해임 수준이 아니라 말 그대로 김 위원장의 손에 생사를 달리한 것이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행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김 위원장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호감을 표하다니…. 언론에 보도된 일면만 보고 김 위원장에게 호감을 표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북한은 앞으로 우리와 함께 나아가야할 동반자이므로 어느 나라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 위원장이 귀엽다’고 말하는 사람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러한 글이 SNS에 게재되는 상황이 다소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북한의 정치체제와 배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종전을 맞이해도 좋은 것인지, 이를 맞이하는데 있어 준비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김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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