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기자는 수업이 끝나고 친구 이 씨와 함께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메뉴는 된장찌개! 하지만 윤 기자가 숟가락으로 국물을 뜨는 순간, 친구가 “잠깐! 거품을 걷어내고 먹어야지”라고 외치는 것이 아닌가? 이 발상 자체가 낯선 윤 기자는 그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거품이 몸에 안 좋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과연 이 씨 말대로 찌개 거품은 몸에 해로운 것일까?
먼저 찌개에 거품이 생기는 이유부터 알아보자. 물은 100℃가 되면 기화돼 기포를 형성한다. 이는 찌개를 끓일 때도 마찬가지다. 찌개가 끓으면서 만들어진 기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거품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찌개 거품 속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까? 찌개 거품에는 단백질이 들어있다. 이는 찌개가 가열되면서 흐물흐물해진 재료 즉, 두부, 고기 등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것들이다. 이에 대해 차윤환(숭의여자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는 “찌개에서 나오는 단백질은 소금물에 녹지 않는 종류인 프로라민과 글루텔린에 속한다. 그래서 용해되지 않고 기포와 함께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날, 어김없이 찌개를 먹던 윤 기자는 차 교수에게 배운 내용을 의기양양하게 이 씨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이 씨는 이에 질세라 “거품에 MSG(합성조미료)가 들어있을 수 있으니 거품은 걷어내는 것이 맞다”고 반론했다. 과연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에 관해 차 교수는 “MSG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오히려 거품에 섞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TV 프로그램이나 요리책에서 전문가들이 ‘거품을 걷어내라’고 자주 언급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학습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찌개 거품을 걷어내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차 교수에 따르면 “찌개 거품에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성분이 많아서 텁텁하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취향의 차이일뿐 반드시 걷어낼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찌개 거품을 제거해야 하는 ‘이물질’로 오해해 줄곧 걷어내던 이 씨. 그는 찌개 거품이 단백질이 함유된 영양가 있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찌개 거품을 걷어내던 숟가락을 내려놓게 됐다. 여러분은 어떤가. 찌개를 먹을 때마다 거품을 걷어내는 습관, 이제 거둬도 되지 않을까?
윤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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