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손톱보다 작은 살인마, ‘진드기’를 아시나요? (한성대신문, 535호)

    • 입력 2018-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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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09-07 00:41

최근 우리는 인터넷과 신문, TV 와 같은 매체를 접할 때마다, ‘살인’ 이라는 살벌한 수식어를 접하게 된 다. 이전에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살인 가습기’ 사건이나, 최근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준 라돈 ‘살인 침대’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앞에 ‘살인’을 붙일 수 있는 대상은 비단 가습기나 침대처럼 우리의 눈에 명확히 들어오는 사물만이 아니다.
진정한 위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는 법. 길을 거닐 때 우연히 스친 수풀에서 달라붙은 손톱보다 작은 어떤 것이 당신의 목숨을 앗아가려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처 할 것인가? 지금부터 보이지 않는 위협 ‘살인 진드기’에 대해서 알아 보자.
지난 4월, 질병관리본부는 “제주지역에서 올해 처음으로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 이하 SFTS) 환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제주에 거주하는 K씨(남자, 만 41세)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풀숲 등에서 야외 활동을 했고, 4월 5일 발열, 설사, 근육통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에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았다. 이에 SFTS가 의심돼 4월 9 일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특별자치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20일에는 충청남도에서 한 여성이 살인진드기로 인 해 사망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살인 진드기’라고 불리는 ‘작은 소피참진드기’는 주로 산 인근 밭 이나, 주거지 주변 수풀, 우거진 숲, 정비되지 않은 산길에 주로 서 식한다. 이때, 사람이 수풀에 접 촉하게 되면 참진드기가 몸에 달라붙게 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진드기 중에 플레보바이러스(Phlebovirus)를 가지고 있는 개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게 되면, SFTS가 발병하게 된다.
주로 4~11월에 발생하는 SFTS 는 잠복기를 가진 다른 질환과 비슷하게, 병원체에 노출되면 바로 증상을 유발하지 않고 약 5~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가진다. 잠복기가 지나면 감염자는 고열(38~40℃)과 오 심(메스꺼움), 구토, 설사, 식욕부진 등의 소화기 질병과 혈소판 감소를 겪게 된다. 증상이 발생한 5일후 에는 다발성장기부전, 신경학적 증상, 혼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현재까지 SFTS를 치료할 마땅한 백신 이나 표적치료제는 없다. 이 때문에 환자의 증상에 따라 항바이러스제, 면역글로불린, 혈장교환술 등 임시 방편의 치료를 행하는 것이 고작이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야외활동 후 SFTS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다. SFTS는 2013년 이후 감염된 환자 625명 중 134명을 사망하게 한 매우 위험한 질병이다. 이는 치사율 21.4%에 이르는 수치다. 또, 이 병은 감염자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욱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서충원(질병관리본부 감염병감시과) 역학조사관은 “올해 확인된 환자는 총 18명으로, 전년 동 기간보다 13명이나 증가했다. 더불어 금년 4~5월에는 지난 3년 평균 대비 참진드기 발생률이 매우 높게 나타났으며, 6월에도 지속적으로 참진드기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 된다. SFTS에 감염되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진드기 는 ‘작은소피참진드기’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진드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 중 대표적인 것은 ‘쯔쯔가 무시증’과 ‘라임병’이 있다. ‘쯔쯔가 무시증’은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Orientiatsutsugamushi)을 보유한 진드기에 물리면 감염된다. 급성 열병인 쯔쯔가무시증은 매년 1만 명 정도 감염되고 있고, 전체 환자의 90% 정도가 10~11월에 발생하기 때문에 가을철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전신에 바이러스가 퍼져 두통, 홍반, 기억장애 등을 수반하는 ‘라임병’은 보렐리아속균(Borrrelia burgdorferi)에 감염된 참진드기에 물리면 발병한다. 이 병은 미국, 유럽 등에서 많이 발생하므로 해외여행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SFTS, 쯔쯔가무시증, 라임병 등 진드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야외활동과 농업작업을 할 때 피부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서 조사관은 “모자, 긴팔, 긴 바지, 목수건, 토시, 목이 긴 양말을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바지 단을 양말 안쪽으로 넣어 입고 되도록 장화나 등산화를 신어 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며 “보조적으로 진 드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야외활동 후 깨끗이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어 몸에 진드기가 있는지 살펴볼 것을 당부했다.
진드기의 대부분은 신체에 달라붙는 순간 피부에 단단히 고정 돼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흡혈한다. 진드기에 물렸을 때 손으로 무리하게 떼어내면 진드기의 일부가 피부에 남아 있을 수 있으므로 핀셋 등의 도구로 깔끔히 제거하는 편이 안전하다. 진드기를 제거한 후에는 해당 부위를 소독해야 하는데, 되도록 가까운 의료기관에 방문해 치료받기를 권한다.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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