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우리나라는 태풍 ‘솔릭’으로 한바탕 떠들썩했다. 수도권을 강타할 것이라던 당초 기상청의 예측과는 달리, 솔릭은 제주도 상륙 이후 강도가 약해지면서 별 탈 없이 한반도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솔릭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큰 말썽 없이 태풍이 지나가서 다행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과잉대응으로 인한 ‘설레발’이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별것도 아닌데 언론에서 마치 재앙이 닥칠 것처럼 다룬 바람에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심지어 폭염을 물리칠 강력한 태풍을 기대했는데 너무 조용히 지나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당장 재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간의 대비 과정을 ‘시간 낭비’로 치부해버렸다. 우리가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 사건이었다.
사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건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대전의 한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한 대학생이 작업 도중 숨졌다. 그는 상관의 지시에 따라 전류가 흐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청소하던 중 감전돼 변을 당했다. 택배회사가 안전사고 대응에 대한 교육을 전혀 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슈가 됐다.
지난 1월, 155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 병원’ 화재사고도 마찬가지다. 병원 건물에는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화재경보기에서 경보음이 약 10분 동안 울렸음에도, 이를 오작동으로 생각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도 화근이었다.
안전 불감증은 우리의 일상 곳곳에도 녹아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사고는 특히 학교 주변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스몸비’라는 단어가 생겨날 만큼, 학생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몰입해 주변 환경을 인지하지 못한 채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고는 반드시 모두에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는 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찾아온다. 익숙함에 속아 위험에 대비하는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할 때다.
정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