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이 힘들더라도 우리집이 편해요”
경기도 양주시에 거주하는 A학생은 수업시간 3시간 전에는 일어나야 한다. 통학시간은 평균 1시간 20분이지만, 버스가 꼭 제 시간에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씻고 학교 갈 채비를 해서 어느 정도는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서야 한다.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은 아무리 늦어도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돌아올 때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시간이 소요된다. 왕복 통학시간은 총 3시간. 그래도 왕복 4시간이 걸리는 인천이나 송도에 사는 친구들 보다는 낫다는 걸 위안으로 삼는다.
문제는 시험기간이다. 왕복 3시간이 시험기간에는 뼈아프다. 그래서 지난 중간고사 기간에는 성북구에 거주하는 친척집에 잠깐 머무르기도 했다. 학교에서 수업 들으랴, 근로를 하랴,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는 길엔 하루가 너무 고되다는 생각이 든다. 기숙사에 사는 것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4인 1실을 쓰는 불편함 보다는 통학을 하는 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차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A학생은 오늘도 긴 귀갓길에 오른다.
“기숙사 4년차, 이제는 적응했어요”
B학생은 1학년 때부터 계속 기숙사인 우촌학사에서 살고 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계속 선발되었으나, 기숙사 선발에서 떨어지는 친구들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우촌학사는 모두 4인 1실이다. 아직까지 이상한 룸메이트는 만나본 적이 없지만, 좁은 방에서 4명이 같이 생활하려면 아무래도 불편함이 많다. 생활패턴이 다른 주·야간 학생들이 한방을 쓰기 때문에 룸메이트 간에 다투고 서로 말도 나누지 않게 되는 적도 있었다. 4년차가 되니 이제는 룸메이트 간의 갈등상황도 최대한 이해해서 넘기게 되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다른 시간대에 울리는 알람만은 적응하기가 힘들다.
기숙사의 통금시간은 11시 30분으로 주말에도 동일하다. 외박을 하려면 외박계를 작성해야 하며, 평일 외박은 한 달에 5번만 가능하다.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규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다소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야간작업이 많은 예대 친구들은 통금제한이 많이 불편해 보인다.
기숙사에서는 취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아침은 먹지 않거나, 햇반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다. 4년 내내 컵라면을 달고 살아서, 이제는 건강을 위해 컵라면은 사놓지 않는다. 정수기와 전자레인지는 있으니, 그 두 개로 해먹을 수 있는 것은 레토르트 식품뿐이다. 이제 카레는 질리도록 먹었다. 기숙사 비용은 보증금10포함 94만원인데, 식비와 4인이 생활하며 감수해야할 불편함을 생각하면 그렇게 저렴하기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부모님이 걱정하시니 안전한 기숙사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외롭지만 혼자 사는 게 편해요”
C학생은 올해 4월 성북구청 인근 자취방으로 이사를 했다. 부모님과 함께 전세 6,500만원에 2년 계약을 했다. 자취생들이 몰리는 시기가 지나서, 5~6군데 만에 계약할 수 있었다. 평수는 7~8평으로 혼자 살기에는 적당한 넓이다.
그러나 이자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곧 혼자만의 공간에 대한 설레임은 사라졌다. 옆집에서 무엇을 하는지 다 들리고, 밤에는 성북구청 인근에서 들리는 소음이 매우 심했다. C학생의 자취방은 방음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오밤중에 옆집 자취생은 리코더를 불기 시작했다.
이사 오기 이전의 집은 최소한 방음은 잘 되었다. 전에는 학교 근처에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60만원짜리 투룸에서 친구 1명과 룸쉐어를 했었다. 룸메이트는 고등학교 3년 동안 친구였던 사이인데, 생활방식이 너무 맞지 않았다. 특히 청결문제 있어서는 참기 힘들었고, 그래서 혼자 지내는 쪽을 선택했다. 그러나 혼자 살면서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 친구들을 집으로 자주 초대하지만, 우르르 왔다가 떠나갈 때면 공허함이 느껴진다. 왠지 기지개를 피고 싶은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본가나 룸쉐어를 하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부모님이 전세비를 지원해주셔서 계약을 맺는데 부담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학기에 월세살이를 할 때에는 한 끼 식비를 1천원으로 책정하고 산적도 있다. 계란 3개나 두부 한 모가 반찬이었다. 그래서 방세를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5만원 이하로 생활했다. 만약 부모님이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힘든 자취다. 경제적 상황이 어떠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살아서 힘들어요”
아침 8시. D학생의 아침을 깨우는 것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군대 기상나팔 소리다. 옆방에 사는 동거인이 특단의 대책으로 설정해놓은 알람이다. 서로의 사생활을 나눠야할 벽은 이불 뒤척이는 소리와 작은 기침소리도 막지 못하고 있다.
D학생은 동거인 3명과 함께 룸쉐어로 생활하고 있다. 동거인은 많지만 D학생의 아침을 챙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침은 대부분 굶는다. 휴일에는 하루에 한 끼만 먹을 때도 많다.
D학생이 서울에 올라와 자취를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이다. 원래 지방에 살고 있던 D학생은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된 친구들과 함께 길음역 근처에 있는 달동네에 자리를 잡았다. 보증금 1,500만원에 월세 72만원. 사는 사람이 총 4명이었으니 각자 30만원만 차출하면 공과금과 식비 정도는 해결되는 집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생활은 금방 힘들어졌다. 그들이 따로 살아온 세월은 우정만으로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친구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룸쉐어를 이탈하고, 다시 다른 친구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최근에 D학생은 룸쉐어를 끝내고 혼자 자취할 수 있는 공간을 알아봤던 적이 있다. 하지만 주변의 집값은 너무 비쌌고, 높은 부담을 다수의 사람이 나눠지는 룸쉐어의 특성상 그의 이탈은 다른 동거인들의 부담 가중으로 직결될 터였다. 막상 들어가기는 쉽고 편하지만, 나가기는 부담되고 어려운 것이 룸쉐어였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운 D학생의 귀에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전화통화 하는 소리, 노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같은 곳에 살지만 생활패턴은 제각각이니 잠에 드는 시간도, 일어나는 시간도 다르다. 룸쉐어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해져야만 하는 일들이었다.
내일은 월세 30만원을 내기 위해 부모님한테 전화를 해야 한다. 성년의 날은 이미 지났지만 D학생이 진정한 어른으로 사회에 우뚝 설 날은 아직 아득하기만 하다.
“독립해서 사는 게 쉽지 않네요”
E학생은 SH공사의 대학생 희망하우징에서 살고 있다. 15년 5월에 입주해서 아직까지 살고 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는 25만7천원이다. 관리비와 전기세 등은 별도지만 대충 5만원 안팎이다.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는 투룸형태지만, 신축 건물인데다 방에는 베란다도 붙어있다. 그러나 SH공사는 건물 관리에 무관심한 것 같다. 보일러 문제와 분리수거 문제로 SH공사에 전화를 하면, 담당 직원과는 전화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단순히 나라가 지원해주는 저렴한 월세로 살아가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부모님과 독립해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게 좋았으나, 이제는 집이 멀어도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나와서 살면 월세 외에도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힘이 든다. 이곳에 살면서도 휴학을 하면 퇴거해야 된다는데 주거와 관련한 걱정은 끊이지 않는다.
김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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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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