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더 이상 당황하지 말아요. 크래프트 맥주 내가 알려줄게요! (한성대신문, 538호)

    • 입력 2018-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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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09-07 00:37

하루 일과를 마치고 이른바 ‘혼술’을 하러 맥줏집에 들어간 이 기자. 그는 종업원에게 건네받은 메뉴판을 보고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맥주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하며 훑어본 메뉴판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온갖 맥주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 기자는 그중 가장 무난해 보이는 ‘IPA(India Pale Ale)’를 주문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맥주 맛이 너무 써서 한잔을 다 마시지 못하고 술집을 나왔다. 이 기자가 맛본 IPA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캔 맥주와 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른 것일까?

맥주+개성=크래프트 맥주!
이 기자가 맛본 IPA는 ‘크래프트 맥주’의 일종이다.
이에 대해 김진만(한국수제맥주협회) 과장은 “힙합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힘들 듯, 크래프트 맥주 역시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잊혀가던 맥주의 가치를 부활시키고자 한 맥주계의 ‘르네상스’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 생각하면 편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크래프트 맥주를 ‘르네상스의 산물’이라 설명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에는 맥주를 소량 생산해 맥주 맛과 향이 다양했지만, 이후 맥주를 대기업에서 대량 생산하자 맛과 향이 획일화됐다. 미국의 양조협회는 이에 반대하며 다양성·도전정신·장인정신 등의 가치를 맥주에 담아내자는 의미에서 전통방식으로 소량 생산하는 맥주를 일컬어 ‘크래프트 맥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크래프트 맥주는 발효방식에 따라 크게 ‘라거(Lager) 맥주’와 ‘에일(Ale) 맥주’로 구분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파는 맥주나 일반 생맥주는 라거 맥주에 속하는데 가볍고 청량한 맛을 특징으로 한다. 라거 맥주는 에일 맥주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낮은 편이고, 색깔도 밝은 편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크래프트 맥줏집에서 접하는 맥주는 대부분 에일 맥주다. 이는 묵직하면서 풍미가 깊으며 라거 맥주보다 더 짙은 향과 쓴맛을 낸다. 이쯤되면 과연 크래프트 맥주가 얼마나 맛있을지 궁금해진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이 기자는 곧장 크래프트 맥주 마시기에 도전했다.

온도+순서+취향=JMT!
기자는 맥줏집에 가기 전에 어떤 크래프트 맥주를 마실지 결정하기 위해 검색 엔진을 켰다. 기성맥주와는 다른 맛을 느끼길 원해서다. 필자는 라거 맥주 대신 에일 맥주의 한 종류를 마시기로 결심했고, 쓴 맛이 덜하고 비교적 달달하다는 ‘파운더스 포터’를 마시기로 했다.
맥주를 고르고 나니 맥주를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해졌다. 첫 번째로 고려한 것은 바로 맥주의 ‘온도’다. 진정한 맥주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맥주가 만들어진 환경과 동일한 온도로 맥주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한다.
김용민(크래프트브로스) 매니저는 “라거 맥주는 차갑게, 에일 맥주는 상온에서 라거 맥주보다 덜 차갑게 마시기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맥주를 무조건 시원하게 마셔야 한다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특히,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방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얼음이 맥주 자체의 맛을 희석시키고 무너뜨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맥주를 더 맛있게 마시는 두 번째 팁은 맥주를 마시는 순서를 고려하는 것이다.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를 마셔보겠다고 이것저것 번갈아가며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여러 맥주를 동시에 마실 때는 도수가 낮고 맛이 가벼운 맥주부터 시작해서, 도수가 높고 맛이 묵직한 맥주로 마무리해야 나중에 마시는 맥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설명을 듣고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일단 맥줏집에 가서 ‘샘플러’를 주문해보자. ‘샘플러를 시키는 건 바보짓이야! 양이 적다고!’라며 고개를 내젓는 이들도 있지만, 한번에 다양한 맥주를 조금씩 맛보기엔 최선의 선택이다. 맥줏집 샘플러 메뉴를 주문하면 보통 4~5가지 종류의 맥주를 각각 200ml 정도 따라준다. 초심자라면 샘플러로 입을 촉촉하게 적신 후, 그중 맘에 드는 스타일의 맥주를 골라 천천히 마셔보길 권한다.

크래프트 맥주=행복
필자는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크래프트 맥줏집 ‘CUBAR’를 방문했다. 그리고 앞서 정해둔 파운더스 포터를 주문했다. 이 맥주에서는 알코올 맛이 그닥 느껴지지 않았고, 강한 초콜릿 향이 났다.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도 느낌은 꼭 달지 않은 다크 초콜릿을 먹고 있는 것만 같았다. 평소 맥주를 얼음과 같이 마셨을 때는 얼음이 녹으면서 맥주 맛이 옅어져서 싫었다. 얼음을 빼고 상온과 비슷한 온도로 맥주를 마셔보니 맥주 본연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크래프트 맥주를 찾아보고 맛보는 과정은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었다.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맛보고 즐기는 동안 필자는 마치 소믈리에가 된 것만 같았다. 이 기사를 읽는 내내, 입 안에 군침이 돌았는가? 맥주가 당기는가? 그런데 왜 당신은 아직도 기사를 읽고 있는가.

학교주변에서도 크래프트 맥주 마셔요!

▲삼선시장 골목에 위치한 맥줏집 ‘sub'
▲스타벅스 한성대입구점 옆 골목으로 들어 가면 있는 ‘CUBAR'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 주변에 자리잡은 맥줏집 ‘탭하우스F64’

이가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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