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가까워오는 졸업의 문턱과 한 꺼풀씩 벗겨져 나가는 학생으로의 시간들. 여러 일들이 엉겨 붙어 있던 통에 각자를 떼어내는 데만 해도 얼만치 공을 들였는지 모르겠다. 눈앞에 풍경을 볼 수 있을 때서야 ‘아, 벌써 시간이 이만치 왔구나!’ 하고 감탄했을 뿐.
달콤해 보였던 희망사항들은 고작 한순간이었다. 만족을 채울라 치면 금세 질려 나가떨어지던 것들. 하릴없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천장을 가득 채우는 것은 바쁘다는 이름 아래 묻어뒀던 고민들이다.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부터 저 먼 훗날의 얘기까지. 천장이 글씨로 빽빽해지면 가만히 몸져누워 있고만 싶다.
자꾸만 멈칫거리게 된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잘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만 커져간다. 나날이 줄어가는 확신. 행동 하나에 자신이 묻어있던 때는 아주 먼 옛날만 같다. 동기와의 짧은 추억 팔이에도 ‘내가 그랬었나’ 싶다. 더 성숙해진 줄 알았던 내가 문득 그 시절보다 작아져있는 것을 발견할 때면 퍽 서글퍼질 뿐이다. 선택에 먼저 움찔하게 되고, 늦지 않았다 위로해도 이미 다 써버린 것 같은 시간. 지금의 내겐 멈칫대는 순간들만이 남아있다.
야속하지만 언젠가는 이날들도 잊혀갈 것이다. 얼마나 외로웠는지, 얼마나 쓸쓸했는지. 하지만 이 멈칫 함마저 잊지는 않기를. 선택 하나에 멈칫거리던 내가 있었다고. 나는 그 순간의 내게서 뻗어 왔고, 그 멈 칫한 순간에 녹아있던 고민이 나를 만들었다고,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지금의 자신을 돌아봄에 웃음으로 수고했다 말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고 싶다.
최준수(한국어문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