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한성문학상 - 시 부문 당선작> 그림자

    • 입력 2018-12-10 03:07

신경호(한국어문 3)

1
그해 여름날
아버지와 내가 살던 집은
뽑힌 이빨이 되었다
뻰치에 무자비하게 뽑힌 이빨은
다른 집 지붕 위로 던져졌다

시골서 보낸 반찬들은
파리 떼가 되었다
사진 속의 어머니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2
메리야쓰만 입으신 아버지께서
커다란 스타일러 박스를 주워오셨다
꾀죄죄한 보폭으로,
그림자를 남기지 않으며
그렇게

3
난 시끄러운 콘크리트 밑 그늘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곳엔 내 그림자도 아버지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계절들이 철거됐다

김예현(ICT 2)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