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신문에 실린 기사 ‘성인용품 입문, 망설이지 말고 당당하게!’를 취재하며 정말 부끄러웠다. 기사의 소재가 성인용품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나의 부끄러움은 무지에서 비롯됐다. 문제의 발단은 교양 ‘성과 사회’를 강의하시는 최은영 교수님과의 인터뷰였다. 인터뷰 전부터 관련 분야를 특히 신경 써서 공부한 후 질문지를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하며 내가 던진 질문에 돌아온 것은 교수님의 꾸지람이었다. 질문 중 사용된 ‘남녀 커플’이란 단어가 성을 그릇된 개념으로 규정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남녀 커플’은 기성언론의 기사에서 인용한 단어였다. 기사뿐 아니라 영화, 드라마, 광고, 책 등 어느 매체에서도 성인용품을 ‘동성 커플’과 연관지어 설명한 경우는 없었다. 유명 성인용품 체인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취재 차 다녀온 한 성인용품점은 제품 설명에서 그것의 사용자가 이성 커플임을 전제로 했다. 직원과의 인터뷰에서도 ‘동성 커플’과 관련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 대중매체와 성인용품 시장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성 커플을 배제하고 있어, 교수님께서 지적하시기 전까진 그것이 이상하단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다.
2012년 OECD가 실시한 ‘동성애자 관용수준’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OECD 32개국 중 31위를 차지했다. 이슬람 문화권인 터키(32위)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매체와 성인이 성인용품 담론에서 동성 커플을 쏙 빼놓은 것도, 그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 나도, 동성애자를 ‘인정’이 아닌 ‘관용(寬容, 남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함)’ 해야만 하는 사회 현실도 모두 ‘부끄러운’ 사실이다.
이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