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5월. 여름을 맞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우리 가족은 다른 방향의 준비를 하고 있다. 치료 대신 ‘마음의 준비’를 권하는 동물병원 의사의 진단 끝에 10년을 같이 보낸 반려묘 ‘호두’의 죽음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슬픈 마음으로 반려동물 장례에 대해 알아보던 나는 참담한 현실을 마주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지정돼 있어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나의 ‘가족’인 호두가 죽게 되면, 호두는 법적으로 ‘쓰레기’가 되고 우리는 가족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는 것. 차마 그럴 수 없다는 생각에 반려동물을 화장하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반려동물 화장터가 많지 않을뿐더러, 모두 공공시설이 아닌 사설 업체였다. 심지어 불확실한 업체에서는 유골조차 제대로 수습되지 않는다는 지인의 조언에 호두를 화장하지 않기로 마음먹을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은 비단 우리 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2017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반려인’은 약 1481만 명, 대한민국 인구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지만 그들의 죽음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문적으로 반려동물 장례를 하는 업체는 단 33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여 개의 반려동물 장례 업체와 반려동물 전용 묘지가 있는 미국·프랑스 등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것이다.
여전히 ‘준비’하라는 의사의 말이 마음에 걸리지만, 실질적으로 ‘준비’다운 준비를 할 수 없는 현실 여건 속에서 할 수 있는 준비는 없었다. ‘천만 반려인의 시대’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우리는 호두와의 준비할 수 없는 이별을 바라보고 있다.
이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