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가정의 달, 5월 (한성대신문, 545호)

    • 입력 2019-05-13 00:00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세계 가정의 날(15일), 부부의 날(21일), 가정위탁의 날(22일). 5월에는 유독 다른 달보다 ‘어떤 날’이 많다. 특히, 앞서 제시한 기념일들처럼 가정 그리고 가족과 관련된 날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흔히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일컫곤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가족 관계를 되새겨보는 의미가 담겨 있는 달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적인 기념일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다. 어린이날에는 어린 자녀가 부모님으로부터 평소 갖고 싶었던 선물을 받는다. 또, 가족끼리 놀이동산에 소풍을 가서 단란한 시간을 보낸다. 반대로 어버이날에는 자녀가 부모님께 은혜에 대한 감사함의 의미로 카네이션과 함께 작은 선물이나 용돈을 드린다. 그것이 우리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떠올리는 일반적인 모습이다.

물론, 가정의 달을 보내는 방식은 가족마다 모두 조금씩 다를 것이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그 시간만큼은 사랑을 아끼지 않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처럼 가족은 그것이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편안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일종의 버팀목이자 안식처가 되어 준다. 그러나 과연 모든 가족들이 행복한 5월을 보내고 있을까?

최근 가정의 달이 무색할 정도로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친족 간 성폭행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의붓아버지가 중학생인 딸을 성폭행 후 살인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공분을 샀다. 심지어 친모가 살해에 가담한 정황이 밝혀지면서 더 큰 사회적 충격을 안겨 주었다. 여중생은 평소 친부에게마저 학대를 받아왔다고 한다.

학대와 폭력이 아니더라도 가족 간 불화로 인해 불행한 5월을 보내고 있는 이들도 존재한다. 지난 5월 6일에는 서울 목동에 있는 다세대 주택 1층에서 35세 여성이 ‘자는데 시끄럽게 군다’며 부모와 다투고 나서 스스로 몸에 기름을 부어 분신했다. 소방차가 출동해 불을 껐지만 이 여성은 현장에서 숨졌다. 딸을 말리던 어머니 역시 전신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아버지도 팔과 등에 화상을 입었다.

그런가 하면, 사회적 소외 계층에게는 5월의 행복을 누릴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 어린이날, 경기도 시흥의 도로 가에 주차되어 있던 렌터카 안에서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2살, 4살배기 어린이까지 부모와 함께 숨져 있었다. 발견 당시 부부가 아이들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고 하여 더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주물공장에 다니던 가장은 7,000만 원에 달하는 빚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듯 요즈음 우리 사회는 가족이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가족 해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족은 한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다. 가족이 건전하고 건강해야만 올바른 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개인도, 지자체도, 정부도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은 5월, 모든 가족들이 따뜻한 가정의 달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

강예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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