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활활 타오른 ‘불매운동’, 가장 뜨겁게 타오른 ‘밀레니얼’ (한성대신문사, 547호)

    • 입력 2019-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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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6 16:53

20대 4명 중 3명 불매운동 참여…가치소비, SNS의 영향 높아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일본 기업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이에 반발하여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경제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7월, 반도체 소재 중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 ▲리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8월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 조치 대상국)에서 제외했다. 그동안 일본은 한일 간 분쟁에도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를 분리해 왔으나, 이번만큼은 정치 이슈를 경제 보복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행보는 범국민적 불매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다. 과거 불매운동이 일부 시민단체의 주도로 진행됐거나 일회적인 특성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전국민이 나서 불매운동을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니클로와 아사히 등을 비롯한 일본의 대표적 기업들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이 유니클로의 8개 신용카드사(하나, BC, 우리, 신한, 롯데, 현대, 삼성, KB국민)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대비 카드 매출액이 70%가 감소했다. 일본 맥주 수입 금액 역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전월 대비 45%가 감소했다.

이같은 불매운동의 중심에는 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사실 이들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본과 가장 친숙한 세대였다. 그들 사이에서는 일본 문화와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고, 그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단연 일본이었다. 지난 2월, 하나투어가 최근 5년간 자사의 여행상품 예약정보를 분석한 결과 중·고등학생 및 사회초년생(20~29세) 여행객의 선호도 1위 여행지가 ‘일본’으로 나타날만큼 밀레니얼 세대의 일본 선호 경향은 뚜렷했다.

하지만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과는 전혀 판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전국 성인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대별 일본 제품 불매운동 동참 의사’ 설문조사에서 20대 중 75.5%가 불매운동에 참여 중이라고 응답했고, 85.1%가 향후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는 전 세대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이들이 일본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소비’에서 찾을 수 있다. 가치소비란 소비에 자신의 신념을 부여하 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지닌 소비자는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것에 결단코 소비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영애(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 책임이나 상품의 사용가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라며 “그들은 지금의 일본 불매운동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본인의 SNS를 통해 ‘NO JAPAN’ 문구가 담긴 사진을 게시하거나, 일상 속에서 불매운동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SNS 등지에서 ‘#가지않습니다 #사지않습니다’ 등의 해시태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실제 이들은 일본 문구류가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선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SNS를 통해 국산 제품을 애용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문구 기업 ‘모나미’의 매출은 7월 둘째 주에 직전 주 대비 39.8% 급증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이번 불매운동의 배경에는 사회적으로 큰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는 ‘SNS’라는 외부 조건이 잘 갖춰졌다”며 “여기에서 2030세대가 주도권을 잡아 전 국민이 불매운 동에 동참하는 분위기로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불매운동이 과열되면서 SNS 등 가상공간을 통해 ‘근거 없는 저격과 무분별한 소문 확산이 애꿎은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우리나라 소상공인이나 기업에 피해를 주는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특정 가치나 소비는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며 “불매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소비는 사회적으로 합리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엄연히 개인적인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지금의 일본 불매운동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고 되새기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나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불매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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