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태극기의 속뜻 (한성대신문, 548호)

    • 입력 2019-10-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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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0-13 11:46

언젠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태극기의 속뜻’이라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 내용으로는 태극 문양의 빨강은 북한, 파랑은 남한, 태극 문양을 둘러싼 팔괘는 주변의 패권 국가인 중국·러시아·일본·미국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우스갯소리라며 웃고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단순히 웃고 넘어가기에도 어폐가 있어 보인다. 한반도 정세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흔들리고 난 후일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 국가들은 그들의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우리와 주한미군으로 셈하고 있고, 일본은 자신들의 법으로 명시한 자유무역을 저버리고 정치적 이득을 위해 경제제재를 선택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외치며 대만, 홍콩, 티베트 등 주변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충돌 지점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대한민국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누군가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멀리까지 가지 않고 조선만 보더라도 북방민족과 실용외교를 하다가 전쟁까지도 가봤고, 통신사를 보내던 일본에는 식민 지배를 당했다. 다른 나라들은 쉽게 해보지 못할 경험을 오백 년 동안 겪은 나라가 바로 조선이다. 이런 역사가 있음에도 전전긍긍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을 보고 있자면 가슴이 답답해질 따름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미국이 되었든 북한이 되었든 한 세력만을 옹호하는 게 필요한 건 아니다. 옹호한다고 해도 그 세력이 우리와 영원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외교 관계에 ‘영원히’ 라는 말은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 더군다나 옹호한 세력이 무관심이나 적대감을 드러냈다면 그 세력이 이익을 가져다줄 거라 기대하는 건 허상을 좇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에게 정녕 필요한 건 실익을 챙기는 일이다.

명분과 자존심을 지키던 조선은 삼전도의 굴욕을 당하고, 나라를 잃는 서러움을 겪어야만 했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국격을 훼손하는 것보다는 주변국의 패권을 절묘하게 이용해서 실익을 챙기는 편이 우리에게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는다고 해서 우리의 자주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패권 국가 사이에서 꿋꿋하게 자주적인 모습을 지켜온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부디 이러한 대한민국이 앞으로의 시대에도 존속해 주길 바란다.

이상준(인문 2)

이상준(인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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