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커스터마이징, 당신의 취향에 소비하세요 (한성대신문, 550호)

    • 입력 201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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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1-10 18:32



시장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수많은 제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품의 대다수는 공장에서 획일화된 디자인으로 대량생산되는데, 개성보다는 밋밋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제품이 있다. 바로 ‘커스터마이징’ 된 제품이다. 영단어 ‘Customize(주문제작하다)’에서 비롯된 커스터마이징은 개인의 취향이 가득 담긴 ‘나만의 제품’을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이렇게 오직 나만의 취향을 저격하는 커스터마이징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기사를 주목해 보자.

박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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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과거 개인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을 고안하는 과정을 거쳐 재료준비, 제작까지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는 손재주가 좋다는 이른바 ‘금손’의 전유물이었다. 특히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핸드폰 튜닝’은 오직 금손의 손에서만 탄생했다. 이들은 스티커, 비즈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남들보다 화려하고 독특한 핸드폰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는 ‘꽝손’은 감히 도전해보지 못할 미지의 영역이었다.

이같은 꽝손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다.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는 등장 초반, 주로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주문제작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소요된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소비자가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하기 위해 업체에 직접 방문해야 했고, 업체에 의뢰한 시안을 확인하는 것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에 더해 확인하고 제품을 받기까지 최소 3일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건 덤이다.

그런데 최근, 커스터마이징이 IT 기술을 만나 언제 어디서든 클릭 몇 번이면 나만의 제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준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지만, 현대의 눈부신 기술적 발전이 이를 가능케 했다. 바야흐로 커스터마이징은 첨단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소비자에게 기발하고 참신한 ‘나만의 제품’을 제공하며 진화한 것이다.

이를테면, 신발 브랜드 ‘반스’는 홈페이지에 커스텀 카테고리를 별도로 구비했다. 여기에서는 기존 획일화된 디자인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패턴, 이미지, 소재 등을 고른 뒤, 해당 제품을 3D모델을 통해 미리 볼 수 있다. 이후 간단한 결제 과정만 거치면 단 몇 분 만에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신발’을 만나 볼 수 있다. 신발 커스터마이징을 경험해 본 길범호 팝 일레스트레이터는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은 바로 수정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3D로 구현된 가상의 커스텀 디자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그밖에 의식주 산업 전반에도 IT 기술과 융합된 커스터마이징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량생산만 가능할거라 생각했던 가전제품은 어느새 모듈화를 통해 커스터마이징의 한 재료가 됐다. 그리하여 소비자가 기호에 따라 소재와 색을 고를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가족 수, 식습관, 라이프스타일 등에 따라 자유로운 조합이 가능하게 됐다.

그렇다면 커스터마이징은 어떻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바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성향’에 있다. 개인의 가치와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사회로 확산돼 개별맞춤 서비스가 성행한 것이다. 이에대해 이은희(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커스터마이징이 타인과 다른 ‘나만의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를 저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 행복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소비하는 ‘나심비(나+심리+가성비)’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가 더해지면서 더욱 시너지를 내고 있다. 비싼 가격이라도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라면 과감히 지갑을 여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소비에 있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취향과 행복에 서슴없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

이 교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인 커스터마이징의 특성상, 여기에는 더 큰 비용이 요구된다”며“그럼에도 젊은 세대는 본인에게 확실한 만족감을 준다면 기꺼이 비용을 들여서라도 나만의 제품을 얻겠다는 심리가 크다”고 분석했다.


내 손으로 만드는 내 세상

바야흐로 ‘개성’의 시대다. 각자취향이 세분화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과거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 유행하던 커스터마이징은 현재 새로운 것에 목마른 대중에게 나만 알고 싶은 비밀병기, ‘인싸템’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에 맞춰 커스터마이징의 분야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어느새 우리 곁에 ‘필수템’으로 자리한 에어팟부터 ‘이게 가능해?’라는 의문마저 들게 하는 주거공간까지…. ‘나만의 세상’을 꾸미는 커스터마이징의 예시를 소개한다.



사진 제공 : 우드스터프디자인

취향을 담아내다

획일화된 흰색의 디자인만 볼 수 있었던 에어팟이 색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보라색으로 도색된 일명 ‘차은우 에어팟’이다. 그 후 해당 에어팟을 도색한 업체에는 한 달간 에어팟 도색 주문만 100여 건이 넘게 접수됐다. 이명일(우드스터프디자인) 대표는 “커스텀 중 색이나 디자인이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커스터마이징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에어팟의 커스터마이징 방법은 간단하다. 색, 유·무광 여부, 이니셜 등을 직접 조합해 업체에 맡기면 된다. 이를 통해 단순한 전자기기에 불과했던 에어팟은 나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퍼스널리티 아이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사진 제공 : 파펨

나만의 향을 입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향이 존재한다. 그중 마음에 드는 향을 찾기 힘들다면 이 또한 커스터마이징 해보는 게 어떨까. 향수 브랜드 ‘파펨’은 소비자가 어떤 향을 선호하는지 찾아준다. 이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사용할 계절, 분위기 등 5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AI 알고리즘을 통해 3가지 향을 추천해준다. AI가 추천하는 향이라고 우습게 보면 곤란하다. 실제 추천받은 향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70% 이상이기 때문이다. ‘조말론’ 역시 향수, 오일 등 2개 이상의제품을 조합하면 이 세상에 하나뿐인 향수를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갖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이게 무슨 향이냐” 물어본다면 한번 이렇게 대답해보자. “이거? 내 냄새야~”



여행의 경계를 넘다

사용자의 취향을 꾹꾹 눌러담은 IT 서비스도 눈에 띈다. 커스터마이징 여행 플랫폼 ‘트래블메이커’가 대표적인 예다. 이 플랫폼은 틀이 정해진 패키지 여행이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계획해야 하는 자유 여행의 한계를 뛰어넘어, 오직 나만을 위한여행을 제작 및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지, 예산, 일정, 인원수, 가이드 스타일, 이동 수단 등 20가지의 여행 조건을 고르면 이를 분석해 나에게 적합한 여행을 제작하거나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또는 가족 단위 여행객의 관심도 덩달아 끌고 있어 실패 없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에게 제격인 커스터마이징이다.

사진 제공 : 퍼즐 주택

나를 위한 공간

한정된 공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립할 수 있다면 어떨까. 허무맹랑한 꿈같은 이야기를 ‘퍼즐 주택’이 이뤄준다. 퍼즐 주택이란, 주택의 설계단계에서 미리 세입자들의 의견을 듣고 제한된 공간을 퍼즐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공동 주택을 뜻한다. 임대 주택이지만 세입자가 원하는 스타일로 집을 구성하고 꾸밀 수 있다는 점에서 ‘나만의 집’에 대한 로망을 가진 이에겐 안성맞춤이다. 퍼즐 주택을 이용한다면 반려동물을 위한 주거공간이나, 비슷한 업종의 사람들끼리 모여 단지를 만들어 지낼 수 있다. 이렇듯 개인의 성향과 취향을 존중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맞춰 주거공간 역시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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