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순간을 기록하는 방식 (한성대신문, 550호)

    • 입력 201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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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1-11 00:12

당신은 당신의 순간과, 순간의 감정들을 어떻게 기록하는가?

요즘 가장 대중적인 SNS 플랫폼을 떠올리라고 하면, 단연 ‘인스타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올려야만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데, 때문에 사람들은 소위 ‘인스타 감성’이라고 불리는 획일화된 감성으로 사진을 찍고 보정한다. 그리고 게시물이 받은 공감 및 댓글의 개수에 집착하곤 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들의 평가에 얽매이는 것이다.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다만 이렇게 SNS에 올리기 위한 결과물에 집착하는 것보다, 온전히 자신이 느끼는 ‘순간의 감정’에 집중해 보아야 한다. 발걸음 하는 장소의 좌표를 사진으로 담는 데에 애를 쓰는 만큼 우리 내면의 좌표에 대해서도 잘 담아두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NS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행복한 순간들을 모아 놓은 다른 사람들의 SNS를 보고, 이를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며 삶에 대한 회의를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기록이라기보다는 치장에 가까운 타인의 게시물을 보고 자존감에 타격을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럴 때일수록 내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단순히 오감으로 느끼는 ‘맛있다’, ‘예쁘다’와 같은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보다,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느끼는 감정들을 언어로 끌어내 기록하는 것 말이다.

나는 나를 뒤흔들었던 순간의 감정들이 결국 망각을 통해 유실될 것에 종종 허무감을 느낀다. 그래서 시간이 흐르더라도, 나를 스쳐 지나갔던 감정들의 번지수에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도록 글로써 기록하곤 한다. 발설하지 않고 속으로만 품고 있는 감정들은 그만큼의 무게를 지니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느끼는 감정을 기록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이를 회고할 수 있게끔 글을 쓰는 것만큼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따라서 우리는 비교적 가벼운 것들을 기록하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내면의 순간들을 들여다보고, 실제로 기록해야 한다. 혹여 획일화된 감성의 사진을 찍으며,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에 집착하지는 않았는가? 그러다가 정작 행복을 느껴야 하는 찰나의 순간들을 무의미하게 지나 보내지 않았는가. 1차원적인 표면들을 불필요하게 과시하고, 정작 짚어보아야 할 내면은 무심하게 지나 보냈던 우리의 지난날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현미(사회과학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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