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영
해동용궁사 돌담길을 걷는데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은방울꽃이 보였다
그 꽃은 한 줄기마다
갓난쟁이의 통통한 귓불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다
막 피어난 은방울꽃은
귀를 쫑긋쫑긋 세우며
주변의 소리를 담았다
동자승의 설익은 목탁 소리가 신기한지
꺄르르 웃음보가 터지고
은빛의 귓불들은 서로에게 닿아서
목탁처럼 맑은 종소리를 울린다
그 소리가 너무 작아
고개를 숙여 네게 귀를 맞댄 순간
내 두 귓불은 툭하고 떨어져
은방울꽃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목탁소리를 들으며
너희들과 배시시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