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스포츠 사전> 창공을 가르는 V, 스키점프 (한성대신문, 554호)

    • 입력 2020-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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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4-04 17:40

스키를 신은 선수가 점프대에서 무서운 속도로 활강한다. 빠르게 활강하던 선수는 이내 V자로 스키를 벌리며 하늘로 날아올라, 마치 한 마리의 새처럼 창공을 가른다. 관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감탄을 자아낸다. 스키점프, 스키의 꽃이라고 불리는 종목이다.

스키점프는 ‘양력’의 원리로 날아오르는 종목이다. 양력이란 물체가 유체 속을 이동할 때 물체의 수직방향으로 작용해 이를 들어 올리는 힘을 말한다. 이때 물체의 윗부분에는 아랫부분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흐름이 나타난다. 흐름이 빠른 윗부분의 압력은 낮아지고 느린 아랫부분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압력차가 생겨, 물체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키점프의 각 동작들은 양력과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스키점프의 가장 첫 번째 단계인 활강을 살펴보자. 활강은 스키를 신은 선수가 무릎과 허리를 숙인 채로 빠르게 경사면을 내려오는 과정이다. 이때 양력을 받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인 속도가 관건이된다. 선수의 활강 속도가 빠를수록 선수 주위 공기의 속도도 빨라져, 더욱 강한양력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행 과정에서 속도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찰력(공기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선수는 이를 위해 상체를 활강면과 평행하게 만든다. 상체가 활강면과 평행하지않을 경우 마찰력이 커져 활강 속도가 줄어들며, 반대로 고개를 과도하게 숙일 경우에도 무게중심이 뒤로 쏠려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인 도약과 비행에도 양력의원리가 숨어있다. 활강면을 통해 도약대로 내려온 선수는 날아오르기 위해 도약 자세를 취한다. 이때 면적이 넓을수록 양력이 강해지기 때문에 선수는 발목, 무릎, 허리 순으로 몸을 쭉 펴, 최대의 양력을 이끌어낸다.

이를 위해 고안된 자세가 스키의 뒷부분을 겹치도록 모으면서, 앞부분은 최대한 벌리는 ‘V자세’다. 1980년대에 처음 등장한 이 자세는 과거 주류 자세였던 ‘11자 자세’보다 양력이 작용하는 면적을 늘렸다. 따라서 11자 자세보다 28% 강한 힘을 받으며 10m 이상을 더 비행 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스키의 면적에만 양력이 작용하는 11자 자세와 달리 신체 면적에도 양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V자세는 사람의 키에 따라 양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세가 다르다. 김광용(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사람의 키를 171cm, 활강 속도를2011년 스키점프 월드컵의 평균 속도인 초속 28m로 가정할 때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자세는 스키와 수평방향의 각도를 12.3˚로 하고 동시에 스키와 선수다리의 각도를 26˚로 했을 때”라고 밝혔다.

선수들은 이외에도 양력을 받는 면적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스키의 길이를 늘리는 것이 그 예시다. 실제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일본 선수들은 작은 키를 극복하고자 눈에 띄게 긴 스키를 활용해 금메달 2개를 따기도 했다. 이에 국제연맹은 스키 길이의 경쟁이 과열될 것을 우려해 스키길이를 선수 키의 145%까지로 제한을 뒀다.

이렇듯 스키점프에는 양력의 원리가 깊게 스며들어있다. 양력의 원리를 활용해 날아오른 선수들은 창공을 가르며 하늘을 정복하고자 한 인간의 소망을 이뤄냈다. 스키점프가 스키종목의 꽃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최성훈 기자

csh89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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