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3년 만에 열린 3일간의 대동제가 어찌저찌 막을 내렸다.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각종 논란에 대응하는 총학생회의 입장문부터 재학생존을 둘러싼 소음 등, 이곳저곳에서 문제가 터져 나왔지만 어쨌든 대동제는 끝을 맺었다. 축제 기간 내내 섭외 가수 명단과 재학생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은 본질이 다르지 않다. 이러한 논란의 이면에는 연예인 축하공연이 대학축제의 가장 중요한 행사라는 공동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본교를 비롯한 대다수의 대학축제에서 학생들 사이의 가장 큰 이야깃거리는 ‘어떤 가수를 섭외했느냐’이다. 대학축제 기간과 맞물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학별 초청 가수 명단을 공유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결국 무대에 서는 가수의 명단만 다를 뿐, 대학의 특성이 드러나는 축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대학의 사례만 살펴봐도 축제에 사용되는 최종 예산 중 60% 이상의 비용이 섭외 가수 3팀에 투입됐다. 이는 재학생들이 납부한 총학생회비는 물론, 대학본부에서 지원하는 교비가 합쳐진 금액의 3분의 2 이상이 약 2시간 30분만에 소요됐다는 말이다.
이번에 운영된 ‘재학생존’ 역시 이 2시간 30분을 위해 기획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재학생존은 교내 구성원에게 무대 관람의 우선권을 주기 위해 시도됐다는 점에서 치하할 만하다. 다만, 해당 구역이 연예인 축하공연 관람을 과열시킨 데에 한몫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학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학생존의 입장권 거래를 시도하는 글이 셀 수 없이 업로드됐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본교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학생복지위원회의 SNS와 학내 커뮤니티 등에만 공지된 재학생존 안내를 보며 소외감을 느낀 학우들도 존재했다. 게다가 이번 재학생존은 엄밀히 말해 총학생회비를 납입한 학생들만 신청 가능한 ‘총학생회비 납부자존’이었다.
이렇게 연예인 축하공연에 많은 이목이 쏠린 대동제는 과연 대학이 지향해야 하는 축제의 모습을 띠고 있을까. 아니, 질문을 바꿔보자. 무대를 하는 가수의 명단에 따라 방문하는 대학이 달라지는 작금의 상황은 교내 구성원을 단합시키고,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대학축제의 본래 목적을 실현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평소에 쉽게 볼 수 없는 연예인을 직접 보고, 그 무대를 학내 구성원과 몸으로 부딪치며 즐기는 것만으로 대학생활의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학축제의 모습은 가수의 공연으로만 기억돼서는 안 된다. 대학축제는 학과와 학번, 나이 등이 다른 학생들을 한곳에 모이게 하고, 교수와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의 소속감을 고취시키며 단합시키는 장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대학에서 진행하는 축제는 타학교, 이전의 관습 등을 그대로 베껴놓은 게으른 기획에 불과하다. ‘축제’란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를 일컫는다. 대학별로 무엇을 축하해야 하는지, 나아가 대학축제만이 가질 수 있는 가치와 지향점은 무엇인지 축제를 기획하는 각 대학의 관계자가 숙고해주기를 바라본다.
한혜정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