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느 땅을 밟고 있더라도 (한성대신문, 565호)

    • 입력 2021-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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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1-03-20 18:09

2021학년도 입시는 지방소재 대학의 어려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신입생 수를 채우기 위해 수능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부터 장학금 공세를 펼치는 대학까지 있었지만 결국 신입생 충원 미달을 막지 못했다. 서울선호현상과 학령인구감소가 맞물려 만들어 낸 결과다.

필자는 지방거점국립대학교에서 인프라 부족 현상을 느끼고 반수를 했다. 대외활동이나 인턴 등 소위 스펙이 될 수 있는 경험의 기회, 자격증과 학업을 위한 학원은 서울에 집중돼있다. 대학진학과 동시에 취업을 고민하는 청년 세대는 당연히 서울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국내인구이동’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순이동자 수는 2017년 1만 6,000명에서 2020년 8만 8,000명까지 증가했다. 순이동자 수는 전입자 수에서 전출자 수를 뺀 수치다. 2020년 순유입률을 살펴보면, 20대는 서울이 1위(3.1%)로 서울선호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지역인재 할당제를 의무화하는 방식으로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인재 할당제는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방소재 학교 출신 학생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는 정책이다. 이 방식은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 지방소재 대학의 학생을 몇 명 더 뽑는 근시안적인 대책보다는 학생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우선 지방에 거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환경이란 서울에서 누릴 수 있는 인프라가 지방에 구축됨을 말한다. 서울과 지방의 간극이 줄어들면 인구는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이동하고, 지역 경쟁력은 강화된다. 교육과 취업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동시에 정부의 재정지원, 지방대학의 체계 검토, 지방기업의 환경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역 간 불균형은 해결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다. 일부 지방만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어느 땅을 밟고 있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그날을 꿈꾼다.

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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