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GTX가 선사하는 ‘혁명’ (한성대신문, 609호)

    • 입력 2025-03-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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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5-03-24 00:01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가 도래했다. 바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이하 GTX)’ 덕분이다. GTX는 서울 및 수도권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교통수단으로, 수도권의 교통난 해소와 장거리 통근자의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일반 열차에 비해 주행 성능이 크게 향상된 GTX의 최고 운행속도는 180km/h로, 기존 지하철 대비 약 3배 이상 빠르다. 이는 경기도 및 수도권 거주자의 출퇴근 이동 시간을 대폭 줄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GTX는 수도권 교통 체계를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운행 중인 GTX-A 노선에 이어 GTX-B 노선은 2030년, GTX-C 노선은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재문(국립한국교통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GTX-A 뿐만 아니라 GTX-B, GTX-C를 비롯해 GTX-H까지 계획하고 있어 수도권 전역의 교통망이 더욱 촘촘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GTX는 교통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은경(동양대학교 도시철도시스템학과) 교수는 “GTX가 지나다니는 역 주변은 접근성 향상으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며 “GTX는 단순한 철도가 아닌 수도권의 구조와 시민의 생활 패턴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여러 파급력을 지닌 GTX에는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영속도 회생제동 방식 ▲TBM 공법 등이 적용됐다. 이러한 고성능 기술을 바탕으로 GTX는 주요 도시권을 지나는 것으로 시민의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교통 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김현기(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첨단인프라융합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거리가 멀면 이동에 많은 시간이 들 것이라는 생각을 GTX가 깨뜨렸다”며 “GTX 개통은 고속철도 개통에 이은 또 하나의 교통 혁명”이라고 밝혔다.

늘어난 엔진만큼 빨라지다

GTX의 운행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철도의 운행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철도는 선로를 바라봤을 때 하늘을 길게 가로지르는 ‘전차선’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다. 전차선은 GTX의 지붕 위에 있는 ‘집전장치’에 전기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때 전차선과 집전장치 간 전하의 차이, 즉 물체가 띄고 있는 정전기 양의 차이에 의해 정전기가 많은 전차선에서 적은 집전장치로 전기가 이동한다.

전기를 얻은 철도는 모터 역할을 하는 ‘견인전동기’를 이용해 운행한다. 견인전동기 내부에는 코일 형태로 도선*이 감겨 있는데, 이때 도선 주위로 집전장치로부터 받은 전기가 흐르면 전기 에너지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인 ‘전력’이 발생한다. 이때 전력과 동시에 나타나는 힘이 있는데 이 힘이 바로 ‘자기력’이다. 이는 자석의 N극과 S극 사이에 발생하는 힘을 의미한다. 이렇듯 자기력이 생성되면 자연스럽게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자기장’이다. 박 교수는 “전류가 흐를 때 각 도선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이 합쳐져 더 강한 자기장을 형성한다”고 논했다.

자기장이 형성되면 ‘전자기력’이라는 힘이 발생한다. 전자기력은 전류가 흐르는 도선이 자기장 안에 놓였을 때 발생하는 힘이다. 이렇게 형성된 전자기력은 견인전동기를 회전시키고 결과적으로 GTX를 구동시킨다. 박 교수는 “전자기력의 세기는 전류의 크기, 자기장의 세기, 코일이 감긴 횟수 등에 비례해 증가한다”고 말했다.

기존 고속열차는 양쪽 끝 객차에 동력 장치가 집중돼 있는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방식을 사용했다. 다만 동력집중식 고속열차는 동력 장치가 앞뒤 객차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초반에 빠른 가속이 어렵다는 단점을 지닌다.

대신 GTX는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방식을 적용해 더 빠른 속도로 운행할 수 있게 됐다.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는 앞뒤 객차를 제외한 모든 객차에 동력 장치가 장착돼 있는 방식을 말한다. GTX와 같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열차는 역 간의 거리가 짧고 정차역이 많아 신속한 가속과 감속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는 객차마다 동력원이 있기 때문에 동시에 추진력이 발생해 빠르게 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동하면서 전력을 생산하다

열차에서 제동 장치는 차량의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제동 방식에는 수많은 방식이 존재하지만,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제동 방식은 바로 ‘공기제동’이다. 공기제동은 압축된 공기를 활용해 열차 바퀴의 브레이크 패드를 눌러 마찰력을 이용하는 제동 방식이다. 박 교수는 “공기제동은 중·저속부터 정지하는 순간까지 사용되는 대표적인 제동 방식”이라고 답했다.

공기제동을 통해 열차를 멈추기 위해서는 먼저 열차의 운전자가 제동 핸들을 조작해야 한다. 제동 핸들을 통해 공기 저장 탱크에서 공기가 방출돼 제동 공기 압력이 감소한다. 제동 공기 압력이 낮아지면 각 객차 하부에 장착된 브레이크 실린더가 작동해 브레이크 패드를 열차 바퀴에 밀착시킨다. 이렇게 밀착된 패드는 바퀴를 강하게 눌러 마찰력을 발생시키게 되고 결과적으로 속도가 줄어들어 열차가 정지한다. 최성훈(한국철도기술연구원 고속철도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공기제동은 브레이크 패드를 이용해 운동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기제동은 열차 바퀴와 브레이크 패드의 마찰로 인해 바퀴와 브레이크 패드 모두 쉽게 마모될 수 있다는 결점을 갖고 있다. 또한 공기제동 시 발생하는 소음과 미세먼지도 탑승객에게 단점으로 작용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공기제동을 통해 제동력이 급격하게 증가할 경우 열차의 바퀴가 선로 위에서 헛도는 ‘미끄러짐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첨언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GTX는 공기제동이 아닌 회생제동 방식을 채택했다. 회생제동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며 열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GTX 이전에도 회생제동을 사용한 열차는 존재했지만 모두 공기제동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GTX는 ‘영속도(Zero Speed) 회생제동 방식’, 즉 회생제동을 열차의 속도가 0km가 될 때까지 사용했다. 박 교수는 “영속도 회생제동은 일반적인 회생제동보다 한 단계 발전한 기술”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열차가 주행할 때는 견인전동기에 전기가 공급돼 바퀴를 회전시키지만, 회생제동을 통한 감속 시에는 관성에 의해 바퀴의 회전력이 견인전동기를 돌리게 된다. 열차는 감속 중이므로 열차의 엔진인 견인전동기는 돌아가지 않지만, 감속을 해도 여전히 바퀴는 돌아가기 때문에 바퀴가 견인전동기를 회전시킨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견인전동기 내부의 코일이 돌아가면 전기가 발생한다. 이렇게 생성된 전기는 다시 전차선으로 되돌아가거나 차량 내 시스템에 사용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박 교수는 “회생제동을 통해 생성된 전기는 역사 내 조명, 에스컬레이터, 환기 시스템 등의 운영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TX는 영속도 회생제동 방식을 도입한 덕분에 바퀴의 마모를 줄였다. 나아가 바퀴의 회전을 이용해 추가로 전기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됐다. 박 교수는 “GTX는 영속도 회생제동을 통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져 환경 친화적이며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하 50m를 가로지르다

GTX가 지나다니는 터널은 지하 약 50m에 위치하고 있다. 도로나 철도 등이 지나다니는 지하공간은 그 깊이에 따라 ▲천심도(5m 이내) ▲중심도(5~40m) ▲대심도(40m 이상)로 구분되는데, 이중 GTX가 지나다니는 공간이 바로 대심도다. GTX가 대심도를 왕래하는 이유는 건물이나 상하수도, 가스관, 통신선 등 다양한 기반시설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영태(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첨단궤도토목본부) 책임연구원은 “대심도에서는 철로를 비교적 자유롭게 직선으로 설계할 수 있어 노선이 단축되고, GTX가 빠른 속도로 운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GTX를 지하 깊은 곳에 지나가게 하기 위해 사용된 공법이 있다. 바로 ‘TBM 공법’이다. TBM 공법은 터널 굴착 장비인 TBM(Tunnel Boring Machine)을 이용해 암반이나 지반을 깎아 터널을 만드는 방식이다. 주로 한강이나 바다 밑을 통과하는 터널, 지상에 건물이 많거나 지반조건이 상대적으로 불량한 경우에 TBM 공법이 사용된다. 특히 GTX는 기존 지하철 노선 아래에서 운행되기에 고속운행을 위한 직선 위주의 터널이 요구됐다. 때문에 화약발파공법보다 안전하고 깊게 터널을 굴착할 수 있는 TBM 공법이 적용됐다.

TBM을 사용해 터널을 굴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하에 설치된 ‘커터헤드’가 회전해 암반이나 지반을 절삭한다. 커터헤드는 TBM의 맨 앞쪽에 설치된 부품으로, 지반의 조건에 따라 암반을 깎아내는 용도 또는 흙을 긁어내는 용도 등으로 설계·제작된다. 이후 절삭된 토사나 암반은 ‘스크류 컨베이어’를 통해 외부로 배출된다. 스크류 컨베이어는 내부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토사를 TBM의 후방으로 이동시키는 장치다. 이후 커터헤드와 스크류 컨베이어를 통해 형성된 빈 공간에 콘크리트로 제작된 곡선 형태의 ‘세그먼트’를 조립한다. 이때 세그먼트와 지반 사이에 미세한 틈이 발생하는데 이 공간에 시멘트나 점토 등으로 이뤄진 ‘그라우트’를 주입한다. 이렇게 조립된 세그먼트 사이에 그라우트까지 주입되면 우리가 아는 형태의 터널이 완성된다.

TBM 공법은 기존에 터널을 굴착하기 위해 사용되던 화약발파공법의 단점을 보완한 기술이라고 평가받는다. 화약발파공법보다 진동과 소음이 적을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로 제작된 원형의 세그먼트를 조립하기 때문에 터널의 안정성 확보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최 책임연구원은 “TBM 공법은 발파에 의한 먼지 발생과 주변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지반 붕괴의 위험이 줄어들어 보다 안정적인 시공이 가능하다”고 논했다.

*도선 : 전류를 통하게 하는 쇠붙이 줄

박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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