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할 잃은 청문회 (한성대신문, 578호)

    • 입력 2022-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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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5-16 00:00

새 정부의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이하 청문회)가 이달 초부터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후보자 개인의 비리 의혹에 집중해 날선 비판을 쏟아 냈다. 하지만 그 날카로운 비판 속에서 정책 질의는 찾을 수 없었다.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에 불리한 여론을 만들기 위해 청문회의 주요한 목적인 정책 검증은 뒷전에 미뤄둔 채, 후보 개인의 치부만 들추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물론 청문회도 정치인들이 진행하기에, 당연히 그들의 정치적 실익이나 당리당략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또한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도 청문회의 한 역할이다. 하지만 도덕성 검증이 청문회의 다른 모든 역할을 무시할 정도로 중요한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상식적으로 일개 부처의 우두머리가 가져야 하는 자질이라고 하면 비단 도덕성만을 필요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정무적 감각은 물론 지도자로서의 통솔력까지도 골고루 살펴야 한다.

애석하게도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기자가 알고 있는 바람직한 청문회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고위 공직자 후보를 검증하기보다는 자당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여론을 정부 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장으로만 청문회를 이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당으로서 청문회에 임한 경험이 있는 민주당이 청문회의 본질을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청문회를 자질 검증의 자리가 아닌 정치적 목표 실현의 수단으로 생각했다고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9일 열렸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민주당 소속 9명의 의원 중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후보자에게 자녀 논문 대필, 부동산 의혹 등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질의했다. 이에 더해 지난 3일 있었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아예 ‘정책이 실종된 청문회’라고 보도될 만큼 전문성을 검증할 만한 질의는 미비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문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에서 문재인 정부 공직자의 비리를 꼬집으면 민주당은 정책 토론을 위한 자리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과거 스스로의 언행을 되새겨 청문회의 본래 역할을 호도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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