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한성대신문, 582호)

    • 입력 2022-10-11 00:01
    • |
    • 수정 2022-10-11 00:01

며칠 전, 대기업 임원을 만났다. 마침 대졸신입 채용과 관련된 대화를 하던 중, 해당기업의 임원에게 요즘 대학생 중엔 정말 뽑을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창의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이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뉴스와 달리 신입사원 면접을 보면 대다수의 지원자가 기계적이고 정형화된 답변만 늘어놓는다는 것이다.

임원은 대학에서라도 제발 주입식 교육을 하지 말고 학생들의 사고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독서라도 많이 권장해달라는 읍소 아닌 읍소를 해왔다. 코로나가 예상과 달리 장기간 이어지며 대학생의 학업 역량 그리고 졸업생의 문해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던 요즘, 임원의 읍소가 결코 가볍게만 들리진 않았다.

지난 달, 국회 교육위원회가 내놓은 결과에 의하면 지역거점 국립대에 재학 중인 학생의 1인당 평균 도서 대출은 3.25권으로 나타났다. 2017년 6.35권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이며 4년 연속 그 숫자는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의 일상화, 영상 콘텐츠에 친숙한 학생들의 독서기피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물론, 과거에도 책을 많이 읽고 권하던 분위기는 아니었다. 20년도 훨씬 더 넘은 2001년 모 방송사는 유재석 등을 MC로 내세워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프로그램을 제작, 전국적인 독서 열풍을 조성했다. 당시 제작진은 주입식 교육과 독서 기피 현상의 심화 등을 거론하며 독서를 권장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도 숏폼이 대세가 된 지금, 그때처럼 다시 한 번 독서를 권하면 고리타분하다는 지적을 받는 세상이 되었다. 다만, 영상이 편해진 세상에서 문자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인 세상이 된 것도 확실하다. 미디어콘텐츠 기업들이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독서량을 묻는 역설적인 현상도 같은 이유로 해석할 수 있다.

로봇(AI)은 점점 인간을 지향하고 있는데 인간은 영상에 순응되어 점점 로봇이 되어가는 아이러니한 풍토를 보이고 있다. 정형화된 로봇이 된 자신을 탈바꿈하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이 바로 독서이다.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2022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슬로건일지 모른다.

권상집(사회과학부) 교수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