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전시 속으로> 20xx년 oo월 △△일 날씨 : 맛있음 (한성대신문, 536호)

    • 입력 201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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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09-07 00:40
▲정만영 작가의 <순환하는 소리 2>
▲임영주 작가의 <무드>

우리는 종종 다양한 감각으로 날씨를 느끼고 그것을 표현한다. 그날의 기온을 피부로 느끼고, 맑은 하늘과 먹구름 낀 하늘을 눈으로 확인한다. 불어오는 바람 냄새를 맡고, 비 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맛’으로 날씨를 표현하는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 날씨를 맛으로 표현한 전시 <날씨의 맛(Taste of Weather)> 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에서 9월 30일까지 열리며, 크게 두 가지 테마로 진행된다. 첫 번째 테마인 ‘날씨를 맛보다’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날씨 그대로를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두 번째 테마인 ‘날씨에 맛을 더하다’에서는 날씨에서 비롯된 감정, 생각, 사건, 기억을 다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날씨를 맛보다’에 속한 작품 중 하나인 <순환하는 소리 2>에 다가가면 ‘양철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산업화로 인해 이제 양철지붕은 우리의 기억에서나 만날 수 있는 소재가 돼 버렸다. 그래서 작가는 아시아 전역을 돌며 양철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채집했다.
작가는 채집한 소리를 관람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전시장에 양철지붕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그리고 소형 스피커 여러 대를 빗방울처럼, 스피커에 연결된 전선은 빗줄기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빗소리가 나올 때마다 양철지붕 모형이 떨리게 연출해 빗소리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천둥소리를 다룬 <반사된 소리>, 매주 일요일 하늘을 표현한 <일요일 회화> 등 총 8개 작품이 ‘날씨를 맛보다’ 테마에 포함됐다.
‘날씨에 맛을 더하다’에서는 영상 작품인 <무드>를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는 TV다. TV에서는 비 오는 영상과 함께 긴급재난 문자 수신음이 송출되고 있다. 화면 하단에는 자막이 흘러나온다. 자막은 실제 자연재해 피해자를 심리치료할 때 사용하는 질문지를 토대로 만들었다. 작가는 ‘당신도 그렇습니까?’라는 자막을 삽입해 폭염·대설·지진과 같은 재난과 관련된 개인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미술관에서 만난 조민희(연세대 1) 학생은 “사고를 직접 겪은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갈지 짐작되지 않는다. <무드>를 보고 자연재해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며 작품 감상 소감을 밝혔다.
두 번째 테마는 <무드> 외에도 미세먼지에 주목한 <에코트론 V2.0>, 핵폭탄 폭발 후 생기는 구름을 표현한 <버섯구름> 등 총 7개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에 대해 최효준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날씨에 대해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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