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향수(Nostalgia)’를 불러일으키는 ‘향수(Perfume)’ 레시피 (한성대신문, 540호)

    • 입력 2018-12-10 00:00

 어린 시절 아버지의 스킨 향기처럼 냄새는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다. 특히, 사람마다 다른 체취는 그 사람에 대한 특별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후각은 인간의 오감 중 가장 예민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코 끝을 자극하는 향기는 그 어떤 것보다도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머무른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향’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내게 어울리는 향수를 더해 조금 더 아름다운 향으로 기억되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러나 내게 어울리는 향수를 찾는 일이란 쉽지 않다. 막상 로드숍이나 드러그스토어 한편에 마련된 향수 코너에 가서 여러 향수를 시향하다 보면 이 향이 그 향 같고, 그 향이 저 향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향의 늪에서 ‘향수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착각에 빠진 향수 왕초보를 위해 지금부터 넓고 깊은 향수의 세계로 인도한다

오, 오드 뭐라고?
 향수는 향이 지속되는 정도에 따라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농도가 짙은 ‘퍼퓸’은 향수 원액 15~30%를 함유하고 있어, 분사 후 최대 12시간 동안 향이 유지된다. 향수 원액이 8~15% 희석된 ‘오드 퍼퓸’은 약 7시간 동안 향이 지속되며,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애용되는 ‘오드 뚜왈렛’은 5~8%의 원액을 포함해 3~4시간 동안 은은한 향을 풍긴다. 이에 비해 주로 남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오드 코롱’은 향수 원액을 3~5% 함유하고 있어 1~2시간 정도 향이 지속된다. 오드 코롱의 일종인 ‘샤워 코롱’은 향수 원액이 1~3%로 낮아 이름 그대로 샤워 후 가볍게 뿌리기에 적합하다.

처음과 끝이 다른 향기 
 향수의 향은 ‘노트’의 변화에 따라 세 단계로 구성된다. 노트란 한 가지 원료 혹은 배합된 여러 가지 원료에서 느낄 수 있는 후각적 인상을 말한다. ‘탑 노트’는 향수를 뿌리자 마자 바로 맡을 수 있는 향이다. 주로 휘발성이 강한 향료들이 탑 노트를 결정한다. 감귤계 향취의 ‘시트러스 노트’, 과일 향을 띠는 ‘플루티 노트’, 싱그러운 풀잎 느낌을 지닌 ‘그린 노트’ 등의 향료가 많이 사용된다.
 ‘미들 노트’는 가장 오랫동안 선명하게 맡을 수 있는 향기로 향수의 핵심을 맡고 있다. 대체로 꽃 향기가 나는 향료인 ‘플로럴 노트’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외에 약초 냄새를 지닌 ‘허벌 노트’, 꿀 향기가 나는 ‘허니 노트’ 등이 미들 노트를 담당한다.
 ‘베이스 노트’는 어느 정도 잔향감이 있어 살냄새를 은은하게 꾸며주는 향료들로 구성된다. 사향노루의 사향선을 건조시켜 만든 ‘머스크 노트’, 향유고래 토사물에서 나는 냄새를 재현한 ‘엠버 노트’, 나무의 향기를 담은 ‘우디 노트’ 등이 베이스 노트 로 어울린다.

나에게 맞는 향수 찾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수많은 향수 중 한 제품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이에 강미선(미센트) 조향사가 몇 가지 팁을 전수 했다. 
 강 조향사는 “보통 20대 초반 남성은 상쾌한 향기를 지닌 향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감귤류에서 향을 추출한 시트러스 노트가 들어간 향수를 고르면 된다. 여성에게는 살구나 블랙베리를 탑 노트로 가진 향수를 추천한다. 우디 노트가 함유된 향수의 경우, 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종종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바닐라와 코코넛 향은 우리나라에서 선호도가 떨어지므로 피하는 게 좋다. 초보자라면 상쾌한 향을 지닌 향수를 접한 후에 점차 부유한 향기를 띠는 향수로 바꿔나가길 바란다. 그러면 충분히 다양한 향기를 즐기며 향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향수는 계절을 탄다. 따뜻한 계절에 맞는 향이 있는가 하면, 추운 계절에 어울리는 향이 있다. 향수 회사에서 시기에 따라 홍보하는 제품을 살펴보면 봄·여름에는 시원하거나 상큼한 향기의 제품을, 가을·겨울에는 포근한 향기의 제품을 내세운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계절별로 어울리는 향수의 향조에 대해 소개했다. 덧붙여 그는 “봄·여름에는 옷 차림이 가벼워지고 땀을 많이 흘려 체취가 강해지는 시기이므로 시트러스나 그린 노트가 함유된 향수를 쓰면 땀 냄새를 억제해 기분을 한층 가볍게 만들 수 있 다”고 말했다. 
 강 조향사는 계절에 맺히는 꽃이나 과일 등의 향기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을·겨울에는 추워진 기후에 맞춰 따뜻한 이미지를 가진 무화과 향기나 머스크 향기, 나무 향기 등 향의 톤을 낮춘 향수를 사용하면 포근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향수 사용법 ‘알짜 TMI’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향수 사용법은 손목에 뿌려서 귀 뒤편에 문지르는 것이다. 귀 뒤편처럼 맥박이 뛰는 곳은 다른 신체부위보다 온도가 높아 향수의 향기가 잘 확산되게 하므로 향기를 더욱 풍성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여성이라면 치마 끝이나, 머리카락 끝에 향수를 뿌리는 것도 좋다. 단, 변색 위험이 있으므로 하얀 와이셔츠를 입었을 때 겨드랑이 쪽에 향수를 분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강 조향사는 “향수를 즐기는 것에 정석은 없다. 꽃 향이 나는 향수를 메모지에 분사해서 책에 꽂아두기도 하고, 상큼한 향기의 향수를 화장실 공기 중에 분사해 악취를 없애기도 하고, 잠들기 전에는 포근한 느낌의 향수를 이불 위에 뿌리는 등 본인의 생활패턴에 맞추어 즐겁고 편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1 오래된 향수, 안 쓰는 향수는 디퓨저로 만들 수 있다. 준비물은 빈 유리병, 소독용 알코올, 꼬치용 나무막대만 있으면 된다. 만드는 법은 3:7로 향수와 알코올을 섞으면 끝. 짙은 향을 원하면 향수 비율을 늘리고, 막대는 밖으로 많이 나와 있어야 향이 잘 퍼진다.
2 시향지는 믿을 게 못 된다. 사실 향수를 구매하기 전 시향지에 뿌려서 맡는 향과 실제 우리가 사용할 때 나는 향은 확연히 다르다. 그 이유는 신체의 유분과 향수가 섞이면 또 다른 향 을 만들어 내기 때문. 그러니 시향을 할 때는 항상 자신의 피부에 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김수현 기자
[email protected]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