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에서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영상을 봤다. 영상은 올해 73세인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할머니는 용기를 내어 무인주문기 앞에 섰지만 화면에 처음 표시된 ‘주문하시려면 터치하세요’라는 문구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그 이후는 노인이 보기에는 너무 작은 글자와 외래어를 알아보지 못해 헤매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주문 시간 초과로 인한 몇 번의 초기화 끝에 주문에 성공 한 그는 “앞으로 무인주문기가 있는 식당에는 가지 말아야겠다”며 낙심했다.
디지털 기기는 편리하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금세 주문과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무인주문기에 의해 노인들은 거꾸로 주문·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8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에 따르면 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장노년층 등 4대 정보 취약 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인 대비 평균 68.9% 수준이다. 그중 장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3.1%로 가장 낮다.
물론 이 문제는 비단 노년층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무인주문기의 높이가 주 이용객인 20~40대에게 맞춰져 있어서, 키가 작은 어린이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기계를 다루기도 쉽지 않다. 또 무인주문기 시스템이 시각적인 요소에 의존하고 있는 특성상, 과연 시각장애인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한다.
사회 전반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자가 도태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당장 ‘편리함’이란 그늘에 숨어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정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