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접시 타고 떠나는 구석구석 세계 문화 여행 (한성대신문, 545호)

    • 입력 2019-05-13 00:00

'잇(eat)'하는 것에서 ‘잇는’ 것으로

요즘 한국 사회에서 서구권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비서구권 지역으로의 여행이 늘어난 것도 이를 증명하는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나타나는 변화가 있다면 바로 ‘음식’에 대한 부분이다. 외국풍 음식이라고 해야 일식과 중식, 양식 뿐이던 이전과 달리, 베트남, 태국, 몽골 등 다양한 국가의 이색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또, 같은 중식, 일식을 먹더라도 그동안 흔히 접하던 ‘딤섬’, ‘스시’에서 그치지 않고 ‘마라탕’이나 ‘규카츠’ 등 현지에서 자주 먹는 음식을 선호하는 모습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외국 음식이 유행하게 되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음식들을 ‘에스닉 푸드(Ethnic Food)’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래 ‘에스닉 푸드’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음식’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이국적인 타 민족의 음식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에스닉 푸드 열풍이 일게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여러 사회 현상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소위 ‘먹방’, ‘쿡방’의 인기로 음식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 여행·유학 등으로 해외 경험자가 늘어나 외국 음식과 문화에 친숙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 국내 체류 외국인이 전통 식당을 차리거나 요리사로 활동하면서 에스닉 푸드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 등 이전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의 문화교류가 에스닉 푸드의 유행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에스닉 푸드의 유행은 문화교류의 결과물이지만, 외국문화가 낯선 이에게는 역으로 에스닉 푸드가 타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조리된 음식 그 자체뿐만 아니라 재료의 선별과 손질 방식, 조리 과정과 상차림, 먹는 방식을 모두 포함하는 ‘음식문화’는 그 지역의 문화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스닉 푸드를 통한 음식문화의 공유가 다문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천경효(연세대학교) 겸임교수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은 비서구권 출신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단일민족에 대한 담론이 매우 강하고, 비서구권에 호의적이지 못한 경향이 있어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음식에 담긴 특정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타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이란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종교문화를 바탕으로 한 음식문화가 특징이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이 국민의 98%를 차지하는 만큼, 식재료 선별에도 종교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이란 음식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서 금지하고 있는 ‘돼지’를 재료로 삼지 않는 대신, 신이 가장 좋아한다고 믿는 ‘양’을 식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이란에서는 음식을 ‘신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여겨 나눠먹는 것 을 중요시한다. 이 때문에 손님이 찾아오면 식사를 극진히 대접한다. 이란인들에게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계를 맺는 매개물로써 기능하는 것이다.

또, 이란 사람들은 밥과 난을 주식으로 한다. 이란의 밥은 찰진 한국의 쌀과 달리 식감이 푸석푸석한 ‘안남미’로 만든다. 부식으로는 중동 지역의 전통 음식인 ‘케밥’을 즐겨먹는다. 케밥에는 첼로 케밥(다진 양고기와 다진 채소를 꼬치에 끼워 구운 요리), 주제 케밥(닭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운 요리), 머히 케밥 (생선을 꼬치에 끼워 구운 요리) 등이 있다. 그중 가장 즐겨먹는 것은 첼로 케밥의 일종인 ‘쿠비데’다. 쿠비데는 다진 양고기와 양파 등을 뭉쳐 만든 것으로 한국의 떡갈비와 비슷한 맛이 난다.

몽골

▲초이완

몽골은 지리적으로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내륙에 위치해 있고, 해발고도가 높은 데다 강수량이 적어 한랭건조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몽골인들은 예로부터 풀과 같은 자연환경 요소에 따라 지역을 옮겨 다니며 유목 생활을 해왔다.

이같은 환경으로 인해 몽골인들은 농사를 지어 곡물을 섭취하기보다는 양, 소, 염소 등 동물의 고기와 젖을 주식으로 했다. 이로 말미암아 육류와 우유로 만든 음식이 많이 발달했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허르헉(양고기와 야채를 달궈진 돌과 함께 냄비에 넣어 쪄내는 몽골 전통 음식)’과 ‘호쇼르(양고기를 속으로 한 몽골식 튀김만두)’, ‘으름(우유로 만든 버터와 유사한 음식)’이다.

소나 양고기를 주 식재료로 사용하긴 하지만, 밀가루에 고기를 곁들여 요리한 음식도 있다. 이 경우 고기 육수에 밀가루 면을 풀어 요리하거나 채소와 함께 기름에 볶아 먹는 방식이 일반적인데, 대표적인 것이 ‘고릴타이썰르(몽골식 소고기 국수)’와 ‘초이완(고기와 채소를 함께 볶은 몽골식 볶음면)’이다.

중국

▲훠궈

중국 요리는 영토가 넓어 식재료가 다양하고, 지역별로 서로 다른 풍토와 기후로 지역색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지역마다 대표하는 음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이름의 요리도 지방에 따라 조리 형태나 맛이 다르다.

물론 지역별로 다양한 요리가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들을 꼽자면 중국 4대 요리인 북경, 광동, 사천, 상해 지역의 요리가 있다. 이 중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것이 ‘사천요리’다.

사천요리의 근거지인 사천성은 지역적으로 내륙 분지에 위치해 더위와 추위가 심하다. 이 때문에 식품이 변질될 우려가 있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고, 소금절임과 건조류 음식이 많이 발전했다. 사천요리에서 사용하는 향신료는 대 부분 마늘, 파, 매운고추, 생강 등 향이 강한 것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향신료는 ‘두반장’인데, 이는 고추와 잡두라는 콩을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마라탕, 마라샹궈, 훠궈의 핵심 재료로 사용된다.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천요리는 ‘마랴상궈(두반장에 고기, 채소 등의 재료를 볶아 만든 음식)’, ‘훠궈(얇게 썬 고기, 해산물, 채소를 끓는 육수에 살짝 익혀 소스에 찍어 먹는 중국식 샤브샤브)’ 등이 있다.

베트남

▲분짜

베트남은 영토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어 지역마다 기후 차이가 크고, 긴 해안선과 넓은 곡창지대, 고산지대가 발달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베트남 음식은 채소, 열대과일, 해산물 등 풍성한 식재료로 구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어패류와 채소를 활용한 음식이 많다. 또, 베트남 음식은 쌀을 주재료로 한다. 이 역시 베트남의 지리적 환경과 관련이 있다. 바로 베트남을 가로지르는 하천 ‘홍하’와 ‘메콩강’이 비옥한 토양을 운반해 형성된 ‘홍하 델타’와 ‘메콩 델타’ 지역 때문이다. 이 두 지역은 베트남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어마어마한 쌀 생산량을 통해 쌀을 베트남 요리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쌀국수’ 외에도, ‘짜조(라이스페이퍼에 각종 고기와 채소를 말아 튀긴 음식), ‘분짜(채소와 돼지고기, 쌀국수를 느억맘 소스에 찍어먹는 음식)’ 등의 요리는 베트남 음식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세 음식 모두 ‘쌀’을 주재료로 하고 있으며, 채소와 고기를 함께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짜를 찍어 먹는 소스인 ‘느억맘’은 생선 액젓으로, 어패류를 활용한 베트남의 대표적 젓갈이다.

정명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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