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훔치기’만 고집하는 기생형 언론, 해법 있나? (한성대신문, 550호)

    • 입력 2019-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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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19-11-10 17:46

청년세대를 겨냥한 신생 온라인 언론 플랫폼이 많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이들은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를 필두로 언론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이들은 SNS를 주무대로 삼아 여론을 수렴하는데, 독자적으로 취재하는 방식이 아닌 기성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유통한다는 특징을 지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게 ‘일부 언론의 기사 중 필요한 정보만 모아준다’는 외피를 띄고 있지만, 타 언론사의 기삿거리에 철저하게 의지하는 언론을 ‘기생형 언론’이라 부른다. 기생형 언론은 기성 언론사에서 보도한 기사를 자극·선정적으로 재가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이 과장되거나 근거없 는 보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는 언론사 특유의 논조가 없어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자체 기사 생산능력이 극히 떨어져 저널리즘 차원에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다. 또한 기생형 언론은 대부분의 수익을 기업 홍보, 연예인 홍보 기사로 얻기 때문에 기사의 주제 역시 특정 분야에 편중된 경향을 보인다. 실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8월 19일부터 23일까지 <인사이트>에 업로드된 기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는 ▲기업홍보성(26.5%) ▲연예인(26.3%) ▲인터넷 가십(7.8%)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생형 언론이 언론의 신뢰도를 급격히 저하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성구(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생형 언론이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재가공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라며 “그러한 취재 관행이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해 언론 전체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생형 언론의 보도는 기성 언론의 정제된 정보 가치를 하 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시간을 들이지 않은 정보의 획득으로 언론 시장을 어지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시형(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담당) 활동가는 “기생형 언론이 대중에게 선택받는다면, 기성 언론이 성실히 취재한 정보가 도태된다”면서 “노력 없이도 금전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언론계에 뿌리내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결론적으로 기생형 언론의 비약적인 성장이 독자로 하여금 언론에 대한 신뢰를 하락시키는 것과 동시에, 국내 언론 전반의 도덕적 해이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하지만 기생형 언론에 법적인 규제는 전무한 실정이다. 미디어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반해 관련 규제가 이를 쫓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존폐 여부는 언론 소비자인 독자의 태도에 크게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공 활동가는 기생형 언론의 전망에 대해 “갈수록 영향력을 늘려가는 기생형 언론에 대한 자·타율적 규제가 없으면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뒤이어 그는 “직접적으로는 ‘좋아요’ 취소와 같은 불매운동도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기생형 언론들이 주로 활동하는 SNS 기업의 정책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생형 언론의 행동원리가 SNS를 운영하는 기업의 정책 기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SNS기업의 정책에 대해 공 활동가는 “페이스북, 트위터를 포함한 SNS에 꾸준히 규제를 요구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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