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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 개정안의 배경과 한계, 그리고 의의
작년 1월 20일, ‘동물보호법’이 시행되었다. 동물보호법의 제1장 총칙 제1조(목적)는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함’이다.
하지만 최근 강아지 공장 등 동물 학대의 심각성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 8월 31일, 표창원 의원 및 63인의 의원이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현재까지 발의된 11개의 동물보호법 개정안 중 가장 많은 수의 의원이 참여한 만큼 가장 종합적이고 현실적인 개정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존 47개 조항 중 14개 조항이 개정되고 6개 조항이 신설되었다.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동물 보호에 대한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개정안이 ‘신고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피해를 직접 진술할 수 없는 동물의 특성상 학대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 법체계는 동물을 ‘사물’로 간주해, 개인의 소유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개정안의 ‘동물 소유 제한’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상태다. 한편 소유 제한으로 동물을 몰수한다고 해도 이것이 동물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다. 몰수된 동물들이 지자체의 소유가 되면 향후 입양 절차 등에 대해서도 논의를 해야 한다. 동물을 한 ‘생명’으로서 인정하는 법안인 만큼, 더욱 세심한 개정안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의된 개정안이 통과되면 더 많은 동물을 보호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동물자유연대의 김영환 선임간사는 “동물을 사고파는 등 동물에 대한 법적 제제와 사회적인 인식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다. 개정안 등을 통해 단계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며 동물보호법의 개정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물보호는 권고사항이 아닌 필수사항
촉구가 아닌 금지
동물보호의 기본 원칙 및 적정한 사육·관리의 원칙 등을 명확히 규정한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기존의 동물 보호법에서 ‘하도록 노력하여야’라고 규정되어 있는 부분을 ‘하여야’로 변경했다. 대표적으로는 제3조에서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이 준수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를 ‘준수 하여야 한다’로 바꿨다. 즉, 동물 관리에 대한 의무를 보다 명확히 정의했다. 법안에 강제성을 부여해, 권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솜방망이 식 처벌 규제
현재 동물보호법의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이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했다. 이 외에도 동물 학대에 관련한 모든 처벌의 수위를 높였다. 동물학대에 대한 형이 확정된 자가 소유한 동물을 몰수하고, 동물 소유에 제한을 두는 법안도 추가되었다. 신설된 제49조의 경우, ‘동물 학대·유기 행위로 인하여 징역형을 받은 자는 5년간,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은 자는 3년간 동물 소유 제한을 한다’고 규정했다. 형량을 늘려 경각심을 일깨울 뿐만 아니라. 동물들의 추가 피해 역시 방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가 진료 금지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 3항에 따른 ‘자가진료법’도 개선 범위에 포함되었다. 기존의 수의사법 시행령에서는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를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 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비업무로 수행하는 무상진료행위’로 규정했다. 때문에 자신 소유의 동물에게 외과적 지식 없이 수술하여 동물이 사망에 이르더라도 처벌받을 수 없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안 제 11조에서는, ‘모든 개·고양이와 반려동물 생산·판매·수입업자가 사육·관리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 진료를 금지한다’는 조항을 신설하였다. 이 개정을 통해 자가 진료 시행령으로 운영이 가능했던 동물 공장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기대한다.
실제 사례를 통해 본 동물보호법 개정안
방치만으로도 동물학대죄 적용 가능
지난 7월 26일 동물자유연대와 성남시는 동물 학대가 의심되는 강아지 한 마리를 구조했다. 강아지는 3개월이 채 안된 시베리안 허스키(슈키)였다. 상태를 보아 최소 일주일 이상 방치되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하루라도 구조가 시급했지만, 제보를 받고 구조가 이루어지기까지는 이틀이나 시간이 지체되었다. 견주의 행위가 동물 학대죄로 성립하는 것에 대한 논의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식의 차원에서는 동물 학대가 명백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동물보호법에는 동물 학대의 범위가 한정적이어서 발생한 문제였다.
현재, 동물보호법 8조에는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죽음에 관해서만 처벌이 가능할 뿐, 단순한 방치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된다. 개정안에 ‘동물에게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거나 혹서, 혹한 등의 고통스러운 환경에 방치하는 행위’를 동물 학대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으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만약 슈키의 견주에 대한 법적 논쟁이 진행되는 과정 중 개정안이 통과 된다면, 견주는 슈키를 방치한 것만으로도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김영환(동물자유연대) 선임간사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동물보호법 상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의 정의가 불분명하다. 동물 학대에 대한 견주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상황에 방치하는 것 자체가 동물 학대에 성립한다는 개념이 개정안을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장 없이도 긴급구조, 현장출동 가능해진다.
작년 8월 26일, 동물자유연대는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줄루랄라’ 실내 동물원 폐업 현장을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동물원 폐업 과정에서 전시동물의 방치, 불법 판매, 폐사, 동물 학대 등이 빈번하게 발생되어 왔기에 ‘줄루랄라’의 동물들에 대해서도 현장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동물 학대 증거가 남아있다 하더라도 영장 없이는 현장에 출입할 수 없다. 경찰과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자유연대와 KBS기자가 현장조사를 위해 ‘줄루랄라’ 대표를 설득했다. 대표가 동의를 한 후에야 동물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동물을 보호한다는 동물보호법이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번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영장 없이도 현장 출입이 가능한 조항이 추가되었다. 개정안 제16조에 따르면 동물 학대 신고를 받은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동물보호 센터의 직원 또는 수사기관의 사법경찰관리는 지체 없이 동물 학대의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이에 김영환 선임간사는 “현장 출입이 가능해진다는 점은 개정안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현재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구조를 진행해도 활동가들에게 주거침입의 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대가 이루어지는 상황에 바로 출동이 가능해지므로 증거 확보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현행법과는 다르게 동물구조가 더욱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조항의 핵심이다.
문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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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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