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스포츠 사전> 꿈의 점프, 쿼드러플 악셀을 향하여 (한성대신문, 557호)

    • 입력 202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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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0-06-14 01:45

넓은 얼음판 위, 아름답게 주행하던 선수가 높은 점프와 함께 회전한다. 완벽한 점프를 끝내고 착지하자 관객들 사이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난이도가 높고 회전수가 많은 점프일수록 고득점을 쟁취할 수 있는, 피겨스케이팅이다.

우리는 피겨스케이팅하면 흔히 ‘트리플 악셀’을 떠올린다. 여기서 악셀은 앞으로 뛰고 뒤로 착지해 다른 점프 기술보다 반 바퀴를 더 도는 기술이다. 트리플 악셀은 여자 선수 중 성공한 선수가 11명 뿐일 정도로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현존하는 악셀 중 가장 어려운 것은 트리플 악셀이 아닌 ‘쿼드러플 악셀’이다. 쿼드러플 악셀은 총 4.5바퀴를 도는 점프 기술이다. 쿼드러플 악셀을 실전에서 도전한 선수는 지금까지 단 한명이었으나 그것마저 실패였다. 기술의 성공을 위해 선수는 어떤 과학 원리를 알아야 할까.

점프에 앞서 선수는 멀리서부터 빠른 속도로 달려온다. 속도를 높여 ‘각운동량’의 크기를 크게 하기 위함이다. 물체의 질량과 회전 반지름, 선속도*의 곱인 각운동량은 회전하는 물체의 운동량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각운동량이 클수록 선수는 공중에서 많은 회전을 할 수 있다.

달려온 선수는 회전 반지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점프 직전 양팔을 뻗는다. 이때 선수의 몸을 회전축이라고 생각하면 팔은 회전 반지름을 담당한다. 양팔을 멀리 뻗을수록 회전 반지름이 늘어나며, 동시에 각운동량이 커진다. 이때 커진 각운동량은 한 운동 내내 유지된다. 이를 ‘각운동량 보존법칙’이라 한다.

선수는 공중에 올라 회전하기 위해 양 팔을 가슴 쪽으로 오므려 몸을 최대한 일자로 만든다. 회전 반지름을 다시 줄이는 행동이다. 각운동량이 보존되면서 회전 반지름이나 선속도의 변화에 따라 선수의 회전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 운동하는 순간 선수의 질량이 변할 리 없으니 이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공중에서 양팔을 오므려 회전 반지름을 줄인 선수의 선속도는 자연히 늘어난다. 늘어난 선속도 덕분에 선수는 공중에서 많은 회전을 할 수 있게 된다. 공중에서 회전을 마친 선수는 착지하며 팔과 다리를 크게 뻗는다. 팔을 뻗으며 회전 반지름이 늘어나면 선속도는 줄어들게 된다. 안정적인 착지를 위해 선속도를 줄이는 것은 필수적인 행동이다. 만약 선수가 회전 반지름을 높이지 않은 채로 빙판에 착지한다면 계속 회전하려는 성질과 높은 속도로 인해 어렵고 위험한 착지가 될 것이다.

고정된 장소에서 계속 회전하는 기술인 ‘스핀’에서도 각운동량 보존법칙이 적용된다. 선수는 스핀 직전 팔과 다리를 크게 뻗고 순간적으로 힘을 가한다. 팔과 다리를 뻗어 회전 반지름을 크게 하고, 힘을 가해 선속도를 크게 하는 것 모두 각운동량을 크게 하기 위한 행동이다. 스핀의 처음 회전속도는 느리지만, 선수가 팔과 다리를 안으로 굽히면 회전속도는 놀랍도록 증가하게 된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공중에 있는 시간은 단 1초도 되지 않는다. 4회전 점프가 가능한 선수들의 체공시간은 보통 0.7초 내외다. 쿼드러플 악셀을 성공하기 위해선 0.7초 내외로 4.5회전을 해야 한다. 과연 그 짧은 시간에 자세를 변화시키고 아름다운 꿈의 점프를 완성할 수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김찬주(이화여자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피겨스케이팅은 얼음판 위에서 매 순간마다 자세를 변화시키며 각각의 상황과 조화를 이루어 낸다. 궁극적으로는 예술을 표현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선속도 : 일차원 운동에서 시간에 대한 위치의 변화율

주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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