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 기간이 다가오며 많은 청년이 다양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중에는 인턴을 거쳐 기업에서의 업무를 미리 체험하고자 하는 청년들도 존재한다. 인턴제도는 기업의 인재 확보 가능성을 높이고, 청년들이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 채용연계형 인턴제도에 대한 비판이 생겨나고 있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안내와 과정이 불투명해 청년들의 시간과 노동력을 낭비하는 ‘희망고문’ 제도라는 지적이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을 갖는 인턴으로, 기업이 인턴의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한 후 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다. 채용 공고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연계형 인턴 공고 수는 19,266건으로 5년 전보다 약 3,500건 증가했다. 노호창(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채용연계형 인턴은 근로자의 업무적격성이나 회사적응력 등을 보기 위해 단기간 고용해보고, 정식근로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채용연계형 인턴 채용 공고에 정규직 전환율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2021년 채용 공고 사이트 잡코리아의 557개 채용 공고 중 정규직 전환율을 명시한 공고는 9개에 불과했다. 김정호(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환율 정보가 없다면 지원자는 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맺는 꼼수도 존재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르면 1년 이상 근로한 노동자에게는 퇴직금을 주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에 11개월만 근무시키는 것이다. 직무 경험이 중요해진 만큼 인턴십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원자들은 경력을 쌓고자 울며겨자 먹기로 11개월짜리 인턴에 지원하게 된다. 양승엽(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업이 채용연계형 인턴을 12개월 미만으로 근로시켜 퇴직금을 주지 않는 이유는 인턴을 단순한 잡무를 수행하는 일시적·소모적 노동력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업무나 일상생활 등 전반적인 부문에서 정규직 전환과 직결돼 있어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턴끼리의 경쟁에서 뒤쳐져 정규직 전환에 실패할 시 곧바로 근무하던 기업에서 벗어나 다시 구직 활동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근무한 김유현(31) 씨는 “식사나 걸음걸이 등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평가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지속적인 불안감이 업무 효율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채용연계형 인턴 수료자들에게 기존에 공지한 기간 내 정규직 전환 인원을 공지하지 않는 문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7월 모 기업에서는 당초 2분기 내 수료자들을 대상으로 정규직 채용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공지했지만 끝내 공지하지 않았다. 이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 제8조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김 교수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취업공백기간이 길어져 경력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용연계형 인턴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나타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근무한 노동자에게 인턴 기간 동안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4일 한국부동산원에서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근무한 330명의 근로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인턴에 대해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에 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용절차법에 채용연계형 인턴 채용 시 정규직 전환율을 공고하도록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채용절차법은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의 부담을 줄이고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채용절차법에 정규직 전환율과 관련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인턴들은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알지 못한다.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채용절차법에서 정규직 전환율 공시가 의무화되지 않은 점이 구직자들에게 취업할 곳을 선택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유발한다”고 답했다.
인턴을 11개월만 고용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기업의 인건비 절감 의도가 거론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1년을 근무하고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인턴에게도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비용적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송연창(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11개월짜리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퇴직금 지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인턴들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경쟁 심리와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면 구직 활동을 다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채용연계형 인턴이 받는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인턴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건강권 침해의 소지가 존재한다. 양 부연구위원은 “끊임없이 평가받는다는 인식은 인턴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부여한다”고 전했다.
채용연계형 인턴 수료자들에게 정해진 기간 내에 정규직 전환 인원을 공고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관련 법령을 준수하지 않는다. 채용절차법 제8조에 따르면 구인자는 구직자에게 채용일정, 채용심사 지연의 사실, 채용과정의 변경 등 채용정보를 알려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모 기업은 수료자들에게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았으나,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윤리적인 문제를 넘어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채용절차법에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채용연계형 인턴에게 성과급을 주지 않는 이유는 정규직 근로자와 인턴을 비교 가능한 근로자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채용연계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이 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 근로자와는 다른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채용연계형 인턴과 정규직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동종·유사한 이상 비교 대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기업에서 채용연계형 인턴 기간에 상응하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불리한 처우라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채용절차법에 정규직 전환율에 대한 정보 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보 공시를 통해 지원자들의 정규직 전환 예측 가능성을 높여 고용 불안정을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서영(노무법인 이노컨설팅) 노무사는 “정규직 전환율이 공시된다면 확실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턴들에게 동기부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단, 지원금의 남용을 막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인턴을 뽑았다고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닌 근속 기간을 일정 기간 이상 유지할 경우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첨언한다. 노 교수는 “채용연계형 인턴의 정규직 전환은 청년 실업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한 측면에서 지원금의 지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채용연계형 인턴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채용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정보 보관 및 공개를 통해 기업이 평판을 관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주장한다. 송 변호사는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실태조사를 통해 채용연계형 인턴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최근 몇 개년 정규직 전환율을 조사해 공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채용절차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턴제도의 운영 과정에서 인턴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명예교수는 “기업에서 청년들의 노동 착취를 막을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근로자가 채용연계형 인턴 기간 동안의 성과급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기업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성과에 따라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인턴의 업무 효율을 증진시키고, 기업에게 이익을 제공한다. 박 노무사는 “채용시장 활성화라는 채용연계형 인턴의 취지에 맞게 인턴의 소모품화를 방지하고 기업의 투명한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