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송> ‘개혁’이라는 공허한 메아리 (한성대신문, 516호)

    • 입력 2016-09-19 20:51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모두 공개되었다. 우리학교처럼 완전해제로 평가를 받아서 만족하는 학교도 있지만, 계속된 전면제한이라는 결과를 받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학교들도 있다. 어쨌든 교육부가 기획한 1주기 구조개혁은 갈무리가 되어가고 있다. 과연 교육부가 말했던 개혁은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이뤄진 이유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다. 대학 정원이 계속 똑같이 유지되었을 경우 2018년부터는 정원보다 신입생이 적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원도 줄이고 이에 따라 지원금도 줄여야하는데, 여기에 대학별로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취지다.
문제는 교육여건이나 학사관리, 학생지원 등 대학의 교육수준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성과라는 이름으로 취업률까지 평가항목에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2015년 대학구조개혁평가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이런 항목들에 대한 반발이 계속해서 있었지만, 교육부는 이를 강행했다. 게다가 1단계 지표에 이 항목들을 넣고 여기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학교들에게 D~E등급을 부여함으로써, 교육성과를 높일 것을 강요했다.
이번에 나온 교육부 컨설팅은 이렇게 D~E등급을 부여받은 학교들이 다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여기 속한 대학들이 평가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한 것들을 살펴보면, 교육부의 방침이 무엇인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대부분 대학들은 학사구조개편 등 기존의 교육과정을 폐기하고, 새로운 방식의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기초과학, 인문학, 예술 등은 교육과정이 축소되거나, 개념이 희박해졌다.
우리학교에서 단행한 학사구조개편안만 보더라도 인문학부와 예술학부가 한 카테고리에 묶여있고, 디자인대학이 떨어져 나와 있다. 수시모집 정원 역시 공과대학이 압도적으로 높다. 인문대학과 예술대학이 각각 우리학교의 한 축을 차지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순수학문들이 죽어가고 대학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이제는 더욱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교육부는 단순히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정원과 지원금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구실로 대학을 입맛대로 조정하고 있다. ‘개혁이란 그들에게 그런 의미다. 하지만 어떤 개혁도 결국 외압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개혁을 강요하는 것은 급작스런 변화만을 초래해서 구성원들의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제대로 된 개혁은 그 사회에 있는 사람들 안에서 계속된 논의와 협의가 쌓였을 때 가능하다.
한편 교육부는 2017년에 또 다른 평가가 있을지 모른다고 학교들을 향해 경고하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번에 전면제한 평가를 받은 대학들을 향해 퇴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쾌함과, 교육부의 외압만 가득한 대학가의 모습 속에 개혁이라는 단어가 참 공허하다.

박종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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