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한성문학상 - 시 부문 심사평> "신선한 감각과 탄력 있는 시적 상상력 돋보여"

    • 입력 2020-12-07 00:00
    • |
    • 수정 2020-12-06 16:20
[문태준 시인은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맨발>, <가재미>,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유심작품상, 애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로 제35회를 맞이한 한성문학상 시부문 응모작들을 꼼꼼하게 읽었다. 개성적인 목소리의 작품들이 많았다. 시적 관심사, 발성의 방식, 형식 등이 개별 작품마다 상이했다. 시적 모티프가 지나치게 사념적인 것에 머물러있거나 시적 진술의 내용이 모호한 작품 들도 꽤 있어서 아쉬웠다는 점도 함께 지적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검토한 작품은 「혼잣말」, 「순정」, 「꿈」이었다. 각각의 응모자들이 이 작품들과 함께 보내온 작품들도 고른 수준이었다. 「혼잣말」은 시적 화자의 심연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읽혔다. 그리고 그 심연은 심해, 밀폐된방,어둠 등과 같은 시어를 통해 대체로 짐작이 가능한 것이었다. 특히 “달을 맞이하며/ 어둠과 함께 입을 여는 꽃이 있대”와 같은 시구는 내면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개화와도 같은 희망과 절정의 순간을 찾으려는 강한 의욕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비유적 표현 또한 빼어났다. 다만 이 시에서 “뵈는 게 없는 시간을 사랑하는 누군가”라든지 “소리 내지 못하게 한 이”와 같은 시행은 그것이 지시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다소 불분명했다.

「순정」은 단순한 구조의 짧은 시였고,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나/너’의 관계를 ‘구름/바람’, ‘손/흙’에 견 준 대목도 신선했다. 다른 시에서도 보여주는 서정적인 시구들의 장점을 앞으로 잘 키워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고심한 끝에 수상작은 「꿈」으로 결정했다. 이 작품은 시적 화자가 갖고 있는 꿈의 내용을 드러낸다. 그것을 판타지적인 성격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꿈의 목록 가운데 시적인 상상력에 기초한 것들이 꽤 포함돼 있다. 가령 “나무는 신성이 깃들고”, “정돈되지 않은 숲길을 맨발로 달리고”, “스치는 꽃들이 나의 안부를 묻고”와 같은 대목들이 그것들이다. 특히 숲의 왕성한 생명력과 그 원시성을 “정돈되지 않은”이라는 시구로 표현한 대목은 돋보이는 성취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감각과 상상력을 잘 살려내는 작품들을 앞으로 많이 창작하길 기대한다. 제35회 한성문학상 현상 공모전 수상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원고를 보내온 모든 학생들에게도 격려의 인사를 전한다.

문태준 시인



댓글 [ 0 ]
댓글 서비스는 로그인 이후 사용가능합니다.
댓글등록
취소
  • 최신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