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여느 때처럼 2016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 책자가 학사공지에 올라왔다. 습관대로 목차부터 확인한 후 내 전공 시간표가 적힌 페이지로 스크롤을 내렸다. 그 앞 내용은 안 읽는다. 난 이미 우리학교 교과과정은 꿰뚫고 있으니까. 그런데 어라, 전공과목 시간이 2+1으로 바뀌어있다.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다시 스크롤을 올려 책자를 처음부터 읽어보기 시작한다. 2+1은 빙산의 일각일 뿐, 교과과정은 총체적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책자가 올라온 2월 5일은 금요일이었고 6~10일은 주말에 설 연휴가 더해진 황금연휴였다. 그리고 4학년 수강신청은 15일. 수강신청에 가장 민감한 4학년들이 학사지원팀에 전화해 바뀐 교과과정에 대해 문의할 수 있는 시간은 실질적으로 11일과 12일 단 이틀뿐이었다.
바뀌는 교육과정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이라고 치자. 적어도 이렇게 대대적인 교육과정 개편은 그 취지와 배경을 미리 학생들에게 설명 하고,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홍보되었어야한다. 이번처럼 변경된 전공 졸업이수학점 규정을 신입생뿐만 아니라 고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적용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홍보는커녕 수강신청 책자에 적어올린 것이 전부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공 졸업이수학점이 줄어들어 나머지 학점을 교양학점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으므로, 교양강의에 전 학년 학생들이 몰릴 것이 예상되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교양 배정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4학년 수강신청일인 2월 15일에는 자율교양 정원 오류와 전산오류가 겹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2차 정정기간인 지금도 종합정보시스템에서 수강잔여인원을 조회해보면 모든 교양과목이 ‘0’이다. 자율교양이 이렇게 자리가 없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낙산의 메아리에는 졸업이 급한 학생들이 올린 ‘교양을 사겠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수 백만원의 등록금을 이미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의자리를 돈 주고 사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편은 학생들에게 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심 끝에 결정된 사안일 것이다. 또한 대학구조개혁평가 등급이 저조했던만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도 맞다. 하지만 변화의 기준엔 학생들이 있어야했다. 이번 일로 우리학교 학생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공허해보일 뿐이다.
김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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