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현금의 새로운 시작, 지폐 없는 사회 (한성대신문, 517호)

    • 입력 2016-10-10 09:00

필자의 지갑은 체크카드 하나와 학생증 그리고 교통카드가 전부다. 혹시 몰라 지갑에 들고 다녔던 만원은 이제 카드 속에 녹아있다. 그리고 이 카드는 필자의 유일한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은 필자 만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카드의 결제 비중은 70%, 현금 결제의 비중은 17%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이 수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양극으로 더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 추세를 몰아 2020년까지는 ‘동전 없는 사회’를 목표로, 나아가 ‘지폐 없는 사회’를 최종 목적지로 설정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현금의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것인지에 의문이 생긴다. 그 이유는 현금 사용의 불편함에 있다. 현금은 고액권과 소액권, 그보다 더 작은 범위인 동전까지 나누어져 있다. 고액권을 가게에 지불하고 그보다 더 작은 단위인 소액권과 동전을 거슬러 받는 행위는 카드 결제와 비교했을 때 번거롭다고 느낄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지폐는 사회적인 부작용을 유발한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케네스 로고프는 그의 저서 『화폐의 종말』에서 지폐가 지하경제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값 비싼 물건들을 매개로 거래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런 물건들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장소는 매우 제한적이며, 거래허가를 받은 업자들은 당국에 보고서를 제출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에 현금으로의 교환이 까다롭다. 그러나 지폐는 다른 거래수단들에 비해 유동성이 높고 그 출처를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범죄의 주된 거래수단으로 쓰인다.
또한 지폐는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호황 정책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가장 대표적인데, 이는 사람들의 은행 예금을 억제하여 시중에 돈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우리가 지폐를 보유만 하고 있을 때, 마이너스 정책은 수포로 돌아간다.
이런 이유로 지폐가 사라진다면, 현금의 대체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비트코인’이 있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로 네이버 페이와 삼성페이 등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파일 형태로 보관돼 해킹과 같은 보안문제가 우려됐다. 그리하여 나타난 것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온라인 금융 거래에서 해킹을 막는 기술로, 장부 자체가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있고 수시로 검증이 이뤄져 해킹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대부분 지폐라고 하면, 직사각형 모양의 종이 화폐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폐는 전자, 모바일 등으로 그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지폐 없는 사회가 도래할 때 현금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박혜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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