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 휴학' 사라질 수 있을까? (한성대신문, 576호)

    • 입력 2022-04-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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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4-04 00:02

"모병제의 확대는

부정할 수 없으나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인구 감소로 비자발적 군축에 대한 우려가 도화선이 되며 모병제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모병제는 자원을 통해 병력을 수급하는 군사제도로, 군인이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서 존재한다. 현재에도 군대의 장교·부사관을 비롯한 간부는 모병제의 형태로 모집되지만, 징병제에 의해 병사로 입대하는 대다수의 청년에게 개인의 의지로 입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꿈에나 그리던 상황일 것이다. 어쩌면 이는 곧 상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모병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기대점과 우려점이 상충하며 다양한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변화가 필요한 군대

최근 들어 모병제의 도입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인구 감소를 비롯해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군대 관련 공약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예측된다. 안석기(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모병제를 향한 인식의 변화는 인구 감소 문제 외에도 현대에 이르러 군대를 직업전문주의로 운영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 또한 비자발적 복무가 더 이상 불필요해진다는 점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작년 5월에 조사한 ‘모병제, 징병제 국민인식 변화’에 따르면 모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은 2016년 35%에서 2021년 45%로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징병제 유지에 찬성하는 의견은 48%에서 42%로 감소했다.

학계에서도 병사를 모병제의 형태로 모집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사의 100% 모병제 징집 ▲혼합 징집제를 통한 병사 징집 ▲병사 감원 및 부사관 증원 등 여러 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계획은 없는 상태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현재 혼합 징집제를 거친 후 완전 모병제로 전환하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군대라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소하는 인구, 발전하는 기술

모병제 도입에 대해 논의가 시작된 가장 큰 원인은 인구 감소다. 징병제는 강제 징집을 통해 병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병역 자원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인구 유지가 필수적이다. 뚜렷한 청년 인구의 감소세로 인해 가용할 수 있는 병역 자원의 수가 줄자, 징병 제도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으며 이는 징집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년부터 2070년까지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9~34세의 청년 인구는 2020년 1,097만 명에서 향후 10년 동안 대략 18% 정도인 198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청년 인구의 감소는 병사 징집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국방부에서 밝힌 「20세 남성 인구 추계와 병력충원 전망」에 따르면 20세 남성과 병력 충원 인원의 수는 2020년에서 2060년까지 각각 약 22만 명과 약 20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가 2018년 「국방개혁 2.0」에서 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상비군 50만 명조차 채우지 못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상비군은 현역병과 복무를 마친 지 4년 미만의 예비병역을 지칭한다. 남궁승필(우석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휴전 중인 우리나라 상황에서 충분한 징집 인원은 필수다. 당장 해결할 수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기반을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모병제가 도입된다면 이러한 문제가 더 이상 군대의 발목을 잡지 않게 될 것이라 이야기한다. 또한 병력을 감축시키고 기술 중심의 군대로 나아가는 것이 현재 국군이 나아가려는 방향이며, 이는 모병제의 도입 목적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앞서 말한 개혁을 통해 상비군 감축은 물론, 다양한 구조적인 개편을 준비 중에 있다. 안 책임연구위원은 “첨단 기술력에 기반한 작고 강한 군대는 우리의 인구구조 변화에도 부합하며, 이는 선진국의 지향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진호영 전 국방개혁자문위원은 “이제 전쟁에서 필요한 것은 병사의 숫자보다 병력 숙련도와 최첨단 무기에 대한 접근성”이라고 덧붙였다.

의지 없는 군인, 잃어버린 전문성

군의 전문성에 대한 우려 역시 모병제가 필요한 근거라는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군인으로 복무할 의지가 있는 인원으로 군대가 구성될 수 있고, 전문성과 의지 모두를 갖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국군은 군 복무에 대한 의지가 없는 청년을 강제 징집시키는 구조로 전문성을 띠기 어렵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양욱(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장은 “단기간에 민간인을 군인으로 바꾸기 위해 (육체와 정신을)몰아세우는 군사훈련 문화가 아직도 남아있다”며 “개인의 의지를 북돋기보다 정신적인 충격으로 군인을 만드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성은커녕 군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것을 통계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9 변화하는 남성성의 분석 결과’ 속 ‘군 복무에 대한 인식’ 항목에 20대 남성 중 82.6%는 ‘가능하면 군대를 안 가는 것이 좋다’고 답했으며 ‘군 복무는 잃을게 더 많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73.5%가 동의했다. 정 대표는 “군대에 입대하며 미래를 위한 경험이 중단되는 것은 청년들에게 불평등을 느끼게 한다. 억지로 입대하는 사람과 직업으로서 의지를 갖고 입대하는 사람의 동기 부여와 숙련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모병제가 확대된다면 군인들이 자발적 의지로 전문성이 있는 집단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이상목(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경제학과) 교수는 “의지와 동기 부여가 전문성으로 이어진다면 군대의 수준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감소로 인해 현역 처분율이 증가하는 상황 또한 군대의 전문성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역 처분율은 전체 입영검사 대상자 중에 현역으로 복무하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징집 가능한 인원이 줄며 과거에는 병역 면제 처분을 받던 청년 역시 현역 복무 판정을 받는 상황이다. 작년 7월 병무통계연보에서 밝힌 「병역판정검사 현황」에 따르면 현역 처분율은 2003년 84.9%에서 2011년 91.5%까지 점차 상승하다 2020년에 가까스로 감소해 81.2%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도 인구가 많았기 때문에 충분한 병력의 공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지며 현역 처분율 역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모병제를 시행 후 직업 군인의 수가 증가하는 만큼, 징병 대상이 감소해 완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 대표는 “아직까지도 현역 처분율이 굉장히 높다. 모병제와 혼합한다면 군 복무에 적합하지 못한 사람들은 사회복무제 등에 알맞게 배정되고 군의 전문성 역시 상승할 것”이라고 전했다.

뒤따르는 우려, 부족한 준비

반면, 모병제를 도입하면 군대가 경제적 도피처로 오용돼 전문성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청년만이 힘들고 고된 군대의 문을 두드리고, 이 때문에 전문성이 되려 하락하거나 기득권이 징병을 피하는 수단으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궁 교수는 “모병제가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아닌 계층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모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확보에 대한 염려도 제기된다. 병사의 월급은 2021년 기준 45만 9,100원에서 최대 60만 8,500원이지만, 논의되는 모병제 시행 모델 속 병사의 월급은 200만 원 안팎을 웃돈다. 양 부연구위원장은 “2030년 중후반에 모병제를 통해 모을 수 있는 병력은 35만 명 미만이라는 가정하에 병사의 월급으로 약 10조 원에서 20조 원 정도가 예상된다”며 “감당 가능한 예산인지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고 꼬집었다.

모병제가 도입되면 늘어나는 급여만큼 병사의 수가 줄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정 대표는 “현재 병력 규모로 모병제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예산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병제는 병력의 규모가 감소해 유지비가 줄어들 것을 생각한다면 결코 무리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최근 국방 예산의 증가세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2019년 국방부가 밝힌 2020년 국방 예산은 50.2조 원으로, 전년도 대비 7.4% 증가한 금액이다. 국방 예산은 2005년 20.8조 원에서 2011년 31.4조 원 2020년 50.2조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교수는 “(추세적으로 볼 때)한국의 전체 국가 예산 자체가 늘어나고 있고, 국방 예산 역시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모병제의 도입에는 세부적인 예산 정책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모병제를 시행하기 위해 병사의 수, 월급, 복무 기간 등을 담은 예산이 수립돼야 한다고 얘기한다. 안 책임연구위원은 “당장 모병제로 전환한다면 (필요 경비를)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세부 계획이 있다면 다양한 변화를 병행하며 예산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 전 국방개혁자문위원은 “모병제의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절대적인 병력의 수는 여전히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모병제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 24일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도 병력의 수적인 차이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1월 12일 해외 군사력 측정 기구 ‘글로벌파이어파워’에서 발표한 보고서 「RUSSIA-UKRAINE: AT-A-GLANCE」에 따르면 러시아의 병력은 예비군 포함 약 200만 명, 우크라이나는 약 90만 명이다. 국가별로 군사력과 재정이 상이한 상태에서는 절대적인 병사 수가 국가의 군사 경쟁력에 일조한다는 이야기다. 양 부연구위원장은 “첨단 기술이 차지하는 비율이 아무리 커져도 기본적으로 병력 수가 부족하다면 적을 제압하기 힘들다”며 “우리의 기술이 첨단화될수록 주변국 역시 기술의 발전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남궁 교수는 “기술과 군사 전략과 별개로 군대가 필요한 최소한의 병사 인원수는 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렇기에, 모병제

모병제에 대한 우려와 기대 속, 어떤 방향의 군대를 택하든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모병제의 단계적 전환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모병제에서 병력으로 수급 가능한 인원과 예산, 군사적 전략을 연구하고 이에 따라 모병제와 징병제를 유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우 지난 2010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지만, 충분한 병력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2017년 다시 징병제를 일부 수용했다. 안 책임연구위원은 “외국의 사례를 봐도 약 10년의 과도 기간을 거쳐 전환이 이뤄졌다. 병사의 계약기간이나 예산 규모 등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하는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러 의문점들을 불식시키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뚜렷한 해결책 없이는 불필요한 논의만 반복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진 전 국방개혁자문위원은 “모병제가 안보를 보장한다는 확신은 물론, 감당 가능한 예산이 편성된 후 국민적 합의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알맞은 전환 방안을 찾아야한다”고 당부했다. 남궁 교수 역시 “언젠가 모병제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급격한 전환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으로 제시된 모병제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윤 당선인은 인간 전투병을 대신할 무인전투체계와 과학 기술 전문 전투요원 등을 내세우며 모병제를 통해 2030년에는 40만 명, 2040년에는 30만 명까지 현역 병력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병력의 숫자만 논의한다면 부실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군사적 전략에 대한 고민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병역 제도라는 것은 강한 국방력을 위한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표는 “시기상조라는 말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우려점을 차분히 검토하고 극복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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