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트랙제에 대한 논의의 객관적 파악을 위해 ‘트랙제 설문조사(이하 설문조사)’가 시행됐다. 설문조사는 교수협의회(이하 교협) 주도하에 지난달 2일부터 9일까지 본교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됐다. 대상은 본교 교협 소속 전임 교수 178명이었으며, 이 중 136명의 교수가 응답했다.
설문조사는 대상자 인적사항 파악 문항을 제외한 총 28개로 구성됐으며, 응답은 긍정·중립·부정을 5개의 척도로 구분됐다. 28개의 문항 중 트랙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문항은 3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문항은 25개였다.
교수들은 트랙제가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2개의 전공 트랙을 선택할 수 있는 트랙제가 학과(부)제에 비해 자유로운 전공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입학 후 전공 분야 선택과 관련해 숙려기간을 제공하는 것이 미리 전공을 정해서 지원하는 기존의 학과제와 비교할 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긍정(30.1%)’ 답변이 가장 많은비율을 차지했다. 다만 ‘부정(22.1%)’ 답변이 그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을 볼 때, 교수들의 시각이 다소 엇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보통(21.3%)’, ‘매우 부정(14%)’, ‘매우 긍정(11.8%)’ 등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이종복(기계전자공학부) 교수는 “1학년 때 다양한 분야의 전공 기초를 쌓고 2학년이 되기 전 트랙을 선택하는 것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 대학의 트랙제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문항에는 ‘긍정(37.5%)’과 ‘매우 긍정(8.8%)’으로 총 46.3%의 교수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어 ‘보통(22.1%)’, ‘부정(17.6%)’, ‘매우 부정(14%)’ 등이 잇따랐다. 이동주(사회과학부) 교수는 “학생들에게 있어 트랙제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데 이는 좋은 측면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트랙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팽배했다. 먼저, 교수들은 대체로 트랙제가 오히려 교육적 효과를 떨어트린다고 반응했다. ‘트랙제가 학과제에 비해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는가?’ 문항에는 ‘매우 부정(36%)’이 가장 많았으며, ‘부정(33.8%)’, ‘보통(19.1%)’, ‘매우 긍정(5.9%)’, ‘긍정(5.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병은(교수협의회) 회장은 “트랙제가 도입 초기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트랙제를 유지할수록 교수들 사이에서도 정말 장점만 있는 것인지, 학생들의 취업에 타격은 없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다”고 전했다.
또 트랙제가 학과제였던 과거에 비해 학내의 유대관계 형성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교수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트랙제가 학생들의 비교과 대학생활인 소속감, 선후배 및 동료관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에는 ‘매우 부정(43.4%)’, ‘부정(37.5%)’이 과반을 차지했다. 총 80.9%의 교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김용주(글로벌패션산업학부) 교수는 “보통 1학년 때 학생 간의 유대관계가 쌓인다. 학과제랑 비교하면 트랙제에서는 그런 유대관계가 덜 형성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석(크리에이티브인문학부) 교수도 “트랙제의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소속감을 부여하는 측면에 있어서 부족한 면모가 보인다. 학생들이 소속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유대관계에 대한 우려도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트랙제가 학생들과 교수님 간의 유대감 형성, 상담활동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매우 부정(37.5%)’이 가장 많았다. 또한, ‘부정(33.1%)’이 뒤를 이어 역시 교수 과반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동주 교수는 “학과제 때는 학과 구성원끼리 행사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교수와의 유대관계가 잘 쌓였다. 하지만 트랙제로 변하면서 학과끼리 뭉치는 경우가 적어지고 교수와의 유대관계 형성도 많이 줄었다”고 답했다.
한편, 학생 유치를 위한 트랙 간 경쟁이 교수들의 연구와 교육 의욕 제고에 기여한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주류를 이뤘다. ‘트랙 간 학생유치를 위한 경쟁이 교수들의 연구와 교육 의욕 제고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매우 부정(39.7%)’, ‘부정(29.4%)’으로 응답하며, 총 69.1%의 교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보통(17.6%)’, ‘긍정(11%)’, ‘매우 긍정(2%)’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재석 교수는 “학생 수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으면 해당 트랙은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학생 유치 경쟁이 과열될 것을 우려했다.
교협 측은 본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 10일 대학본부에 전달했다. 이 회장은 “트랙제에 대한 단점을 부각하려고 조사한 것은 결코 아니다. 교수들이 전반적으로 트랙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시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지승빈(IT응용 4) 총학생회장은 “학과제가 정착되는 것이 수십 년 걸렸듯이 트랙제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대학본부는 교협에서 받은 설문조사를 아직 논의하지 않은 상태라 밝혔다. 하성욱 교무처장은 “교협에서 받은 설문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 아직 논의된 것은 없고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