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에 올라> 재난대비, 이대로 괜찮을까? (한성대신문, 517호)

    • 입력 2016-10-10 15:59

지난 7월부터 우리나라에 연속해서 세 번의 지진이 발생했다. 역대 관측 중 최고치인 규모 5.8의 지진도 있었다. 더불어 지진이 발생한 지역이 울산과 경주, 즉 산업단지 및 원자력 발전소가 모여 있는 지역이고, 활성단층에 대한 분석도 속속들이 발표됨에 따라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안전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대비의 현 주소를 알 수 있었다. 경주 지역에 지진이 일어났던 날,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에서는 뉴스속보 대신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었다.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다운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재난문자 역시 지진이 난 후 십여 분이 지난 시간에야 일부 국민에게만 발송되었다. 국민들은 직접적인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겨우 지진에 대해 알 수 있었고, 행동 요령 또한 직접 찾아봐야만 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SNS에서는 더욱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지진으로 아이들이 대피하려 하자 교사들이 "지진이 대수냐 들어가서 공부나 하라"고 지시했다는 글이 트위터 등지에 올라왔다. 심지어는 휴대폰 사용을 통제했다는 게시물도, “기숙사에서 나오면 벌점을 주겠다.”는 방송을 했다는 글도 발견되었다. 2년 전 4, ‘가만히있었던 아이들을 벌써 잊어버렸을까?
고등학생 때, 한여름에 소방 대피 훈련을 했던 적이 있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일제히 질서를 지켜 운동장으로 나왔어야 했고, 몇 시간 동안이나 그늘도 없는 운동장 한 가운데에 한없이 서있어야만 했다. 제대로 된 행동 요령에 대한 안내도 없이,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하염없이 서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2016년 현재, 정말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선생님들은 교실 밖을 나가지도 못하게 했다.
'비상시 구호물품은 각자 가정에서 준비하라.'고 공고하는 국민안전처,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서 공부나 마저 하라는 어른들. 정부에서도 교단에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할까.

황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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