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를 걷던 중에 나도 모를 매혹적인 향으로 뒤를 돌아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겉모습과 향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사람을 향으로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향이 어떤 사람의 인상을 결정 하는 요소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신체적, 정식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향수나 방향제 같은 향수의 니즈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마스크 착용이 필수가 되면서 색조 화장품의 사용에 제한이 생기게 됐고, 향수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특히 MZ 세대를 중심으로 고급 ‘니치 향수’의 소비가 늘고 있다. ‘니치 향수’는 ‘니치’와 ‘향수’의 합성어로,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치’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대중적인 향이 아닌 틈새의 향을 나타내는 향수로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프리미엄 향수를 의미한다. 어디선가 접할 수 있는 향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향 혹은 고급 원료로 만들어진 독특한 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표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인 바이레도, 딥디크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매출이 1023% 이상 늘었다. 일반적인 향수에 비해 2~3배 이상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희소성과 고급스러움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판매율이 꾸준하게 늘어났다. 기존의 향수 브랜드들이 고급화 전략을 펼침에 따라 니치 향수 가격대도 30~50만 원대로 상향평준화 되는 추세다. MZ 세대의 경 우, 자신의 소비를 과시하려는 플렉스(Flex) 문화와 명품 구매를 시작하는 작은 소비의 일환으로 그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말과 글을 제외한 소리, 기호, 몸짓 등의 비언어적 표현에 주목한 책인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는 ‘후각 신분증’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사람은 저마다의 고유한 향기를 가지고 있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향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좋고 싫음을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만의 향을 가지길 원하고, 향을 통해 자신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기 원하는 MZ세대가 니치 향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좋은 향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호감과 호기심, 더 나아가 행복함과 만족감을 줄 수 있다. 향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자신이 하는 노력에 따라 자신의 향기는 끊임없이 바뀔 수 있으므로 꽃 같은 인품의 향기를 가꾸고 서로 주고받는 넉넉한 마음을 먼저 가져 보기를 바란다.
이지원 (사회과학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