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찍습니다. 하나, 둘, 셋 ! (한성대신문, 579호)

    • 입력 2022-06-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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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6-07 00:01

<편집자주>

나와 잘 어울리는 색상을 배경으로 찍은 증명사진부터 열심히 몸을 가꿔 기념비적으로 촬영한 바디프로필, 친구들과 만날 때 찍지 않으면 섭섭한 네 컷 사진, 여행마다 챙겨가는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 등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아니다. 현상을 거쳐 앨범 속에 사진을 모아놓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다양한 사진을 온·오프라인 상에서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사진 찍기는 특히나 왜 젊은 층에서 유행 중일까. 그리고어떤 종류들이 존재하며, 각각은 왜 인기를 끌고 있을까.

[사진 : 한혜정 기자]

타인에게 ‘나’를 보여주는 것에 익숙한 청년층 사이에선 본인의 사진을 SNS 프로필 사진으로 게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진 촬영에는 종류도 가지각색인데, 크게 사진사가 찍어주는 ‘스튜디오 촬영’과 전문 사진사 없이 스스로를 찍는 ‘셀프 스튜디오 촬영’이 있다. 각각에는 어떤 사진 찍기가 존재하며, 왜 그 사진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자.

‘나’에 대한 사진은 전문가에게

과거 증명사진은 흰색 배경 앞에서 3분이면 촬영이 끝나는 단순 신원 확인을 위한 사진이었다. 그러나 최근 배경색, 눈썹·귀 노출 등 관련 규정이 일부 완화되면서 증명사진에 개성을 더하는 것이 젊은 층에서 유행 중이다. 특히 각자에게 어울리는 색인 ‘퍼스널 컬러’를 배경색으로 넣는 흐름이 약 2017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컬러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관을 운영 중인 유송운(송운사진관) 대표는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 사진 찍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 실제로 촬영을 해보면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 알고 배경색을 설정하는 젊은 층도 많다”고 전했다. 가천대학교 스마트시티융합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주영 학생은 “흰색 배경은 단조로운 경향이 있는데, 착용한 옷과 얼굴빛에 맞게 배경을 설정하니 더욱 만족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생화 등의 오브제를 함께 배치해 증명사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방식도 유행이다. 오브제가 들어간 증명사진은 신분 증명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청년층은 순수하게 자기만족을 위해 ‘나만의’ 증명사진을 남긴다. 인덕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서현주 학생은 “내가 좋아하고, 나와 어울리는 특별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 증명사진을 가지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개인이 곧 브랜드가 되는 ‘퍼스널 브랜드’의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서용구(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보다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난 가운데 현세대들은 끊임없이 구직활동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상품이 되고 브랜드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그에 맞춘 슬로건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명사진 외에도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또 다른 사진이 있다. 고강도의 운동과 식단 조절로 만든 근육질의 몸으로 전문 스튜디오에 방문해 찍는 ‘바디프로필’이다. 청년층 사이에서 바디프로필이 유행하는 이유는 이전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과 연관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확산됨에 따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꾸준한 운동과 식단관리를 일상 속에 포함시킬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바디프로필을 촬영하는 과정 속에서 청년층은 성취감을 얻어간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휴학생인 노영진(20) 씨는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갖게 됐고, 무엇보다도 자존감이 높아졌다. 고생한 만큼 성취감도 높았으며 다른 어떤 것이라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특히 최근 젊은 층들은 과거와 달리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다. ‘스펙’과 ‘일상’은 물론 ‘몸’의 영역도 관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혜원(성균관대학교 기업가정신과 혁신센터) 연구원은 “기성세대와 달리 몸을 과시하고 숨기지 않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데 신체적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고려되는 사항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나오듯이 신체적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 이전 세대보다 중요해진 것”이라 술회했다.

셀프로 더 자주, 더 많이

증명사진과 바디프로필은 기념비적인 성격이 강하고 가격대가 비교적 높아 자주 촬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손쉽게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을 때 찾아가는 곳이 바로 ‘셀프 사진 부스’다. 셀프 사진 부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이용할 수 있어 청년층 사이에서는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셀프 사진 부스의 가장 큰 특징은 사진사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카메라를 어색해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서 학생은 “유행에 따라가기 위해 셀프 사진 부스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사진을 촬영하는 내 모습을 남이 보고 있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애용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가톨릭대학교 공간디자인·소비자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김현우 학생은 “휴대폰 카메라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 때문에 셀프 스튜디오를 자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강 연구원은 “셀프 사진 부스로 고가의 디지털 장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전문가들의 영역이던 질 높은 사진을 스스로 촬영할 수 있게 돼 현재의 사진 문화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 사진뿐만 아니라, 필름사진과 같은 아날로그 사진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 중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청년층에서 특히 유행 중이다. 일회용 필름카메라는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렌즈 필터를 갖고 있으며, 제한된 필름의 수는 한 장 한 장마다 특별함을 부여한다. 숙명여자대학교 통계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장수민 학생은 “필름카메라의 경우 특유의 예스러운 감성이 묻어나올 뿐만 아니라 색감도 따뜻하게 담아낸다. 휴대폰 카메라로는 담기지 않는 색감에 옛날 감성을 더하기 위해 사용한다”고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필름카메라가 유행하게 된 원인에는 일명 ‘반작용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는 의견이 존재한다. 김상덕(경남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모두가 웰빙 푸드를 원할 때 ‘폭탄버거’, ‘내장파괴버거’ 같은 해로운 패스트푸드가 유행하는 것과 같이, 아날로그 감성 또한 디지털 감성이 일반적일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작용의 일환으로 온라인 매장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청년들은 찍고, 현상하고, 인화하러 가는 불편한 과정들을 하나의 경험과 놀이로 즐기고 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서진 학생은 “현대의 디지털 세대를 역행하는 아날로그적인 사진 문화만이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행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에, 사진 자체를 넘어 타인과의 추억을 더 값어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선호한다”고 전했다.

박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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