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정> 트랙제 시행을 준비하면서 (한성대신문, 517호)

    • 입력 2016-10-10 16:07

본교는 2017년부터 총 44개의 트랙을 통하여 학사과정을 운영한다. 인문학부의 잠정안을 예를 들자면, 기존의 한 학과가 두 개의 전공트랙을 운영하며, 하나의 트랙을 졸업하기 위해서 학생들은 39학점을 이수한다. 모집단위광역화를 통해서 입학한 학생들은 자유롭게 트랙을 선택하지만, 교수들은 기존 학과에서 나온 두 개의 트랙에 소속된다.
여기에는 생각해 보아야할 점이 있다. 한 학과에서 운영하는 두개의 트랙은 사실상 이전 학과의 전공을 두 개로 세분화 한 것이고, 이전 학과의 교수진이 소속된다. 따라서 외부 평가자들이 볼 때에 이러한 운영은 기존의 학제를 유지하는 범위 내에 전공을 세분화한 것 정도로 보일 수 있으며, 트랙제 도입의 취지였던 융복합 교육은 어려울 것이다. 한편 각 학과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익숙했던 학제가 지속되더라도 걱정이다. 트랙제의 경우는 학부제와 달리 학생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트랙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상 학생들의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 그러한 경우 같은 학과에서 나온 비슷한 성격의 두 트랙의 경우 한 트랙이 학생이 없어 소멸하면, 나머지 하나도 같은 길의 걷게 될 공산이 크다.
계속되는 트랙제 운영과 관련된 회의를 통하여 느낀 점은 실현 불가능한 두 가지의 입장이 고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하나는 예전의 학과제로 회기하자는 것이다. 이는 2주기 구조개혁평가를 고려하지 않은 의견이며, (인문대의 경우 이미 67명까지 줄어든) 야간정원으로 이전과 같은 학과제가 운영될 수 있다는 오판에서 비롯된다. 다른 하나의 입장은 융복합 교육을 중심으로 단대의 성격을 파격적으로 쇄신하자는 논의이다. 이는 상이한 학문의 성격과 학내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준비에 따르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결국 이러한 양극단의 사고를 지양하고 본다면, 우리가 할일은 2주기 구조개혁평가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특정 트랙의 폐지를 막아 줄 수 있는 모델의 확보이다. 신입생들 개개인을 챙길 방안도 필요하다. 트랙제가 진로선택을 학생들의 자율적인 선택에만 맡기는 방식이라면, 학생들의 합리적인 설계를 도울 수 있는 진로지도 프로그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재철 교수
영어영문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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