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하고, 분노해, 용기를 내는 사람’. 작년 개강과 함께 한성대신문사에 입사하기 위해 썼던 자기소개서의 한 대목이다. 기자는 모름지기 소리의 위치와 크기에 상관없이 들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후 분노까지는 아닐지언정, 불편함 정도는 느끼고 결국은 글을 통해 용기를 내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학보사의 일선 기자로 일하면서 경청과 분노, 그리고 용기라는 3가지 기준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학내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 사례를 다룬 보도다. 신원미상의 인물이 교내 학생들에게 선배임을 사칭하며 연락을 취해온 사건이었다. 기자는 피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픈채팅방을 개설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면과 화상, 유선과 서면 등의 방식을 가리지 않았고, 밤낮 할 것 없이 연락만을 기다렸다. 혹시나 놓친 부분이 있을까 학내 커뮤니티 역시 시시때때로 살폈다. 인터뷰를 비롯한 취재를 바탕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해 수백 개의 응답을 분석하며 기사를 작성했다.
취재 과정 중에 감정이 북받쳐 말문이 막히는 순간도 많았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피해를 호소할 공간이 한성대신문사뿐이라는 사실이 한켠으로 씁쓸했다. 언론은 문제 해결의 마지막 창구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피해 학생들이 느꼈을 공포감과 두려움에 대해 무심한 학생회와 대학본부가 원망스러웠다. 특정 학생회를 취재하면서 피해 사례에 대한 학생회 차원의 해결방안을 물었는데, 해당 사건의 발생이 본인의 잘못이냐고 반문하는 학생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사후 처리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이를 보며 실망을 거듭했다. 학생회를 도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대학본부의 대응도 마뜩잖았던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후속 보도를 이어 나가는 것은 일종의 용기였다. 2번의 발행에 걸친 취재에서 일부 학생대표 측과 갈등을 빚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건과 미적지근한 대응은 학생들이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기자가 후속 기사를 작성하기에 당연했다.
편집국장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다음 학기부터도 초심을 잃지 않고, 반짝이는 정신으로 신문을 만들어 나가겠다. 앞으로 주어진 기간 동안 독자에게 미지근한 온도로 다가가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임기 동안 <한성대신문>이 본교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에 더욱 힘써 한성대학교가 진보하는 걸음에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한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