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와 함께하는 시사한잔> 논쟁 불거진 대형마트 의무휴업, 향방은? (한성대신문, 580호)

    • 입력 2022-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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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8-29 00:00

‘마트 쉬는 날’. 검색창에 ‘마트’를 검색하면 보이는 연관검색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도입된 지 10년 차, 최근 이를 둘러싼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새 정부가 신설한 소통 창구인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제안이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으며 폐지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업, 소상공인, 소비자 및 노동자 등 대형마트를 둘러싼 여러 이해당사자가 충돌을 빚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의2에서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 이하 SSM)의 휴업 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그에 따라 한 달에 이틀은 휴업해야 한다. SSM은 대표적으로 롯데슈퍼,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을 말하는데, 대형마트보다 규모가 작고 점포가 많은 슈퍼마켓의 형태를 띤다. 규제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대형마트와 SSM이 유통업계를 과점하는 상황에서 소상공인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더불어 대형마트·SSM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도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형마트와 SSM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해당 규제가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가뜩이나 유통시장에서 온라인을 이용한 판매 비중이 큰 상황인데, 오프라인에서 영업하는 대형마트와 SSM만을 대상으로 한 규제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규제라는 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규제심판회의에서 이같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고상범(한국체인스토어협회) 차장은 “규제가 중소상인의 매출을 올리는 데 효과가 없었다는 통계가 이미 많다”며 “효과가 없고, 소비자가 불편하며,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업체가 피해를 보는 등 부작용만 있다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 대다수는 규제 폐지나 완화를 원하는 모양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발표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과반의 응답자가 ‘규제 완화(67.8%)’ 의견을 보였다. 이은희(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이 필요하다”며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피력했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 측은 태생적으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것에 더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이 거대 자본에 비해 어렵기 때문에 규제가 존재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지난 10일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소상공인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세희(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온라인 유통시장의 독점화에 이어 오프라인도 대형마트의 독점 질주가 계속돼 유통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대형마트 노동자 단체 역시 휴식권 보장을 이유로 규제 폐지를 반대한다. 배준경(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의무휴업일은 (대형마트 종업원의)불규칙한 업무 일정 속 그나마 규칙적으로 보장되는 휴일”이라며 “폐지 시 일과 가정의 양립 또한 지켜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성훈(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 관점에서만 운영한다면 ‘대형마트 24시간 영업’ 등 끝이 없다”며 “노동자 관점의 생각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제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유병국(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는 “소상공인과 대형마트는 유통 경쟁상대가 아니고 각자 고유한 특성이 있다”며 “서로 간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촉진하는 방법보다 각 유통 주체마다 품목이나 구역을 할당하는 제도 등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혜미(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규제심판회의를 신설해 지난 4일 해당 규제에 대한 각계의 입장을 수렴했으나, 관계부처와 각 당사자 간의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후속 회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일단 다수 국민의 동의를 얻어 논의 대상이 됐지만, 다양한 경제 주체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성훈 교수는 “모든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해 종합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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