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고전을 읽어야 할까? 학생들에게 책 읽기의 중요성, 그중에서도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이유를 되묻는다면 명확하게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다. 세계 환상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탈로 칼비노는 『왜 고전을 읽는가』라는 책에서 이에 대해 14가지의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가 그 이유 중 가장 설득력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인지하게 해 주는 매력’이다. 고전은 작품에서 설정된 사회적 환경과 인간관계에 대한 간접적 경험을 통해 나를 성찰하게 하고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진부한 예시일 수도 있지만 펀드매니저 조지 소로스는 성공의 비결로 고전을 읽으면서 배운 철학적 이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적용한 것을 꼽았다. 고전에서 제시하는 시간의 흐름을 관통하는 아이디어들을 긴 호흡으로 들여다보고 성찰하면 현재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기술과 기기의 발달로 현대인들은 찰나에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 조각들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깊이 있는 사유와 성찰을 기피하고 문해력이 약해졌다. 고전 읽기는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문해력을 키우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이렇게 고전의 중요함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최근 필자가 내린 조금은 씁쓸한 두 가지 결정 때문이다. 하나는 공공행정트랙과 법&정책트랙에서 운영하는 비교과 프로그램인 ‘사회과학 고전읽기’가 코로나 이후 굉장히 저조한 참여율을 보여 개편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트랙기초 교과목인 공무원을 위한 행정학에서 계속해오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북프로젝트의 중단이다. 여태까지 이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텔로스와 칸트의 정언명령이 현대 행정과 정책의 사례에 적용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논의하였다. 어렵지만 이해해 냈을 때의 성취감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지식의 발견을 대체할 수업 콘텐츠를 고민하면서 더더욱 고전이 주는 힘을 느끼게 된다. 학생들이 이 힘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지성(사회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