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보이지 않는 블루투스 연결 위한 전파의 여정 (한성대신문, 581호)

    • 입력 2022-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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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9-19 00:00

무선 이어폰부터 무선 마우스와 무선 키보드까지.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디지털 제품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무선 제품의 편리함은 어찌나 뛰어난지 이를 맛본 사람들이 유선 제품으로 회귀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이따금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블루투스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 수많은 기기와 호환되는 것일까? 그리고 블루투스 연결은 왜 자꾸 끊기는 것일까?

선 없이 연결되는 세상

‘블루투스(Bluetooth)’는 주로 통신 기기를 서로 연결해 정보를 교환하는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이다. 블루투스라는 이름은 10세기 덴마크의 왕, 하랄드 블라톤의 별명에서 유래됐다. 스칸디나비아반도를 통일한 그처럼 PC, 무선 전화를 비롯한 무선 통신 기술을 통일하고자 하는 개발자들의 소망이 담긴 것이다. 이러한 블루투스는 스웨덴의 통신장비 기업 ‘에릭슨’을 중심으로 인텔, 노키아, IBM 등의 기업이 함께 개발해 1999년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이후 약 20년이 지난 2021년에 이르러서는 대략 47억 개의 블루투스 디바이스가 출하됐다. 그만큼 스마트폰, PC 등을 비롯해 사람들이 사용하는 모든 전자 기기에 블루투스가 탑재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루투스가 현재까지 널리 이용되는 이유는 국제적으로 정해진 기술 표준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공통된 규격으로 사용되는 기술이기에, 블루투스가 탑재된 기기라면 생산국과 관계없이 손쉽게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인 이용환(하이비) 대표는 “블루투스라는 국제 표준을 만들면서 이를 대중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블루투스 기술은 다른 첨단 기술에 비해 정상급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꾸준히 진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의 고속도로, 전파

블루투스를 비롯한 무선 통신은 ‘전파’와 ‘주파수’를 통해 정보를 전달한다. 전파란 전자기파의 줄임말로, 안테나가 발신하는 전기 신호로 이해하면 된다. 이때 전파가 일정한 시간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지칭한다. 기본적인 주파수의 단위는 Hz(헤르츠)이며, 예를 들어 전파가 1초에 1번 진동하면 1Hz라 일컫는다. 더 큰 주파수의 단위는 라디오 주파수에서 찾아볼 수 있는 MHz(메가헤르츠)로, 1초 동안 106번 진동한 전파가 1MHz의 주파수를 갖는다. 이보다 더 큰 단위는 GHz(기가헤르츠)로, 주로 와이파이 통신 등을 표기할 때 사용된다. 1GHz는 1초에 109번, 무려 10억 번 진동한다는 의미다.

전파는 직진성과 회절(回折)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또한 주파수가 높다는 것은 같은 시간 동안 전파가 더 많이 진동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주파수가 높은 전파는 파장*이 짧아지게 되면서 멀리 퍼지지 않는다. 즉 전파의 도달 거리가 짧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직진성이 커져 특정 방향으로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다. 반대로 주파수가 낮은 전파는 도달 거리가 길어 휘어져서 장애물을 피하거나 관통해버리는 회절성이 크다. 때문에 장애물 너머까지 비교적 원활하게 신호가 도달할 수 있다.

한편, 전파의 전송 속도는 주파수 대역의 폭과 비례한다. 블루투스 사용자가 ‘빠르다’고 느끼려면 한번에 많은 데이터를 실어 나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의 대역폭을 넓혀야 한다. 도로가 넓어야 많은 차들이 빠르게 다닐 수 있는 것처럼, 주파수 대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을수록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오종택(한성대학교 기계전자공학부) 교수는 “데이터의 전송 속도가 빨라질수록 데이터를 전송하는데 더 넓은 대역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파수는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전파법』에 따라 정부가 통신 기업 등에게 주파수를 할당하고 있다. 김학용(IoT전략연구소) 소장은 “특정 주파수를 할당하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한다면 전파끼리 충돌이 발생해 중요한 통신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중 블루투스에는 산업, 과학, 의료 분야 등에서 자유롭게 무허가로 사용할 수 있는 ISM(Industrial Scientific Medical) 대역 중 2.4GHz 대역을 사용 중이다. 이 대역에서는 전파사용에 관해 일정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하철(유한대학교 정보통신학과) 교수는 “전파사용에 대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기에 저전력의 전파를 발생하는 개인 무선기기에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교수는 “해당 대역은 신호 감쇠가 크고 회절이 잘 되지 않지만, 이는 통신거리가 짧은 블루투스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첨언했다.

블루투스를 비롯해 사용량이 많은 ISM 대역 중 2.4GHz 대역에서는 주파수 간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주파수 호핑’이라는 기술이 적용된다. 쉽게 말해 폴짝(Hopping)거리면서 수시로 통신대역을 비어있는 주파수로 계속해서 바꿔준다는 것이다. 블루투스는 할당된 주파수로 나뉜 79개의 채널을 1초간 1,600여 번 도약하며 다른 전파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 이 대표는 “사용자가 일정 주파수를 점유하는 동안 다른 사람도 해당 주파수를 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블루투스는 다른 전파와 겹치지 않도록 점프하면서 다른 주파수와 마주치는 확률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흔히 ‘페어링’이라고 하는 과정이 바로 기기 간의 주파수 호핑 패턴을 동일하게 하는 과정이다. 블루투스 기기는 각각 고유의 번호를 가지고 있는데, 이때 연결을 요청하는 기기의 패턴을 다른 기기가 해당 기기의 번호를 식별해 동기화(同期化)하는 과정을 거치면 연결이 된다.

멀어도 ‘툭’ 가까워도 ‘툭’

블루투스가 끊기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송신 범위 이탈이다. 바로 블루투스가 연결된 기기 간의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다.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이 연결됐다고 가정했을 때, 각 기기 사이의 거리가 일정 이상 벗어나면 잡음이 발생하며 소리가 끊기게 된다. 여기서 ‘클래스(Class)’라고 하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전파의 세기를 구분하는 등급이다. 일반적으로 블루투스에 사용되는 ‘클래스 2’는 최대 출력이 2.5mW(밀리와트)로 최대 10m까지 송수신할 수 있다.

다만 송신 범위 이탈 외에도 같은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는 전파가 많이 오고 가는 곳에서 연결이 끊길 수 있다. 블루투스가 이용하는 2.4GHz 대역은 많은 통신 기기들이 이용하고 있어 전파 간의 간섭을 피하기 힘들다. 이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2.4GHz 와이파이 통신은 83MHz의 대역에서 20MHz 대역폭을 갖는 13개의 채널을 이용하는데 이는 블루투스가 이용하는 대역폭과 겹쳐 간섭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전자레인지 앞에서도 블루투스 연결이 끊길 수 있다. 이 대표는 “전자레인지도 같은 주파수 대역을 써서 음식을 가열한다. 이는 블루투스에 비해 사용 전력이 크기 때문에 블루투스 연결이 끊기게 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주파수를 계속 바꾸면 순간적으로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다음 순간에는 충돌하지 않는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충돌이 나서 데이터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데이터를 재전송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한편 블루투스 기기를 사용하는 환경에 따라 연결이 끊기기도 한다. 전파는 금속이나 물 같은 장애물을 통과하면서 강도가 약해진다. 감쇠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데, 특히 금속이 전파의 투과율이 가장 낮아 신호가 끊길 가능성이 높다.

블루투스의 전파 간섭 현상이 필연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임에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오 교수는 “통신 기술에도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파 간의 충돌 문제도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장 : 파동에서 주어진 시각에 같은 모양이 반복되는 최소 길이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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